[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SK하이닉스가 상반기 엔비디아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12단 제품을 기존 HBM3E보다 최대 70% 비싼 가격에 공급하면서 프리미엄 메모리 시장에서의 기술 우위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HBM4 샘플을 잇달아 납품, 하반기 본계약 협상은 공급망 재편 가능성 속에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습이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상반기 엔비디아에 공급한 HBM4 12단 제품 단가를 500달러대로 책정받았다. HBM3E 12단 제품의 납품 단가(300달러대) 대비 60~70% 높은 수준이다. 엔비디아가 고성능 AI 칩 ‘루빈(Rubin)’ 플랫폼용 HBM4의 초기 물량을 SK하이닉스와 먼저 협의하면서 가격 프리미엄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HBM4 초기 물량의 설계·공정 난도가 대폭 상향된 점도 단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번 HBM4부터는 연산 처리 기능을 맡는 ‘베이스 다이(Base Die)’에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되며 TSMC 4나노 기반 제조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일반 D램 대비 두 배 이상의 공정 비용이 소요되는 구조로 입출력 단자(I·O) 수 역시 이전 세대 대비 두 배 이상 늘어 제조 복잡도와 원가가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반기 기준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 HBM3E 실적 기여에 힘입어 2분기 매출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HBM4 12단 샘플 역시 엔비디아에 선제 공급하며 내년도 루빈 플랫폼 탑재를 겨냥한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물량 확대 협상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최근 HBM4 샘플을 엔비디아에 공급하며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두 업체의 품질 테스트 결과를 확인한 뒤 가격·물량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SK하이닉스의 독점적 지위에도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HBM 시장은 AI 반도체 수요 급증과 함께 2024~2025년 연평균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HBM4는 HBM3E 대비 대역폭과 전력효율이 크게 향상된 차세대 고부가 메모리로 주요 GPU 및 AI 서버용 칩에 탑재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이르면 연내 루빈 플랫폼 시제품을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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