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공무원 내보내고 메신저 봐", 경찰 "위법하면 영장 발부 안 돼"
(익산=연합뉴스) 김진방 정경재 기자 = 전북 익산시의 간판 정비사업 비리 정황을 포착한 경찰이 시청사를 상대로 추가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수사 방식을 둘러싼 공무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과 시간에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모두 밖으로 나가라고 한다거나 이제 갓 임용된 말단의 메신저 기록까지 들여다보는 등 압수수색이 지나치게 강압적이라는 게 공무원들의 이야기다.
4일 전북경찰청과 익산시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점심부터 익산시청 경리계와 계약관리계 등 회계 부서 전반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간판 정비사업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익산시 사무관 A씨에 대한 수사 연장선상에서 추가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8일 시청 압수수색을 통해 A씨의 차량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현금과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확보한 바 있다.
경찰은 A씨 외에도 간판 정비 사업 계약 업무와 관련된 공무원 여럿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수사 범위를 고심 중이다.
시 공무원들은 2차례에 걸친 경찰의 압수수색이 너무 광범위해서 시정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저번 압수수색 때는 부서 공무원 10여명을 다 사무실 밖으로 내보내더니 이번에는 사건과 무관한 9급, 8급의 메신저 내용을 다 다운로드하고 있다"며 "개인적인 대화도 있을 텐데 '모두 메신저를 켜놓아라'라고 강요하는 게 어디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지금 익산시의 계약, 회계, 발주 업무는 지난주부터 사실상 마비됐다고 보면 된다"며 "이 건 때문에 시민과 민원인 불만이 커지고 있는데, 압수수색은 수사에 꼭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하는 것 아니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반면 경찰은 적법하게 발부받은 영장을 근거로 한 압수수색이라며 일부 공무원이 제기한 과잉·강압수사 의혹을 일축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현금과 상품권의 출처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가 필요했다"며 "실제 차 안에서 현금이 나온 주요 피의자는 경찰 수사를 토대로 구속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사에 위법한 부분이 있었다면 추가 영장이 발부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직원들을 내보냈다거나 메신저를 켜놓으라고 강요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영장 집행 이전에 공무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공무원들이 비밀번호를 해제할 의무는 없지만 수사 협조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켜놓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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