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급등세를 보였던 국내 증시가 최근 발표된 세제개편안에 직격탄을 맞았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이 강화되면서 정책 기대감에 올라탔던 코스피 상승 기대에 제동이 걸렸다. 투자자들의 반발은 전자청원으로 이어졌고, 정치권에서도 책임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책 실망감에 외국인·개인 동반 매도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883억원, 2641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주 발표된 세제개편안 이후 코스피는 2.4%, 코스닥은 4.23% 하락하며 단기 급락세를 보였다.
특히 금융, 철강,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낙폭이 컸다. 이들 업종은 정부 정책 기대감이 선반영됐던 대표 업종으로, 실망 매물이 집중되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 실망감에 이어 세제 개편 후퇴까지 더해지면서 이재명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가 약화됐다”며 “업종·종목별로 정책 수혜 기대와 실망이 엇갈리며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주주 기준 10억 하향…“사실상 코스피 2000 조치”
논란의 핵심은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낮아진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해온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도 까다로워졌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이는 사실상 코스피 2000을 향해 가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 전자청원에도 반대 여론이 집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게시된 ‘대주주 양도세 기준 하향 반대’ 청원은 하루 만에 5만명의 동의를 얻었고, 4일 기준 12만명을 넘어 국회 상임위 이송 요건을 충족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으로 하루 만에 시가총액 100조원이 증발했다”며 정부를 비판했고,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세제개편 보도 하나만으로 코스피 급락을 단정짓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배당 분리과세 확대 기대와 다른 현실
시장 기대가 높았던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 역시 실망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고배당 기업에서 받은 배당소득이 2000만 원을 넘을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22~38.3% 세율로 분리과세하겠다”고 밝혔으나, 적용 요건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구체적으로는 ‘배당성향 40% 이상,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최근 3년 평균 대비 배당 증가율이 5% 이상인 기업에서 받은 배당소득만 해당된다. 이에 따라 고배당주 투자자 상당수가 제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단기 충격 후 반등 가능성”…옥석 가리기 장세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인한 조정이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배당주·가치주의 가격 조정이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매수 기회로 활용 가능하다”며 “자사주 비율이 높고 펀더멘털이 견고한 종목 위주로 선별 접근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도 “이번 개편은 충격보다는 선별적 반응을 유도하는 형태”라며 “정책 방향보다 기업의 이익 체력과 현금흐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법 예고 돌입…“시장 조정” vs “정책 수정”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을 14일간 입법예고한 뒤,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9월 초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투자자 반발이 심한 만큼 당내 조율과 정책 조정 여부에 따라 시장의 향배가 달라질 전망이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주주 기준 상향 가능성 등 다양한 대안을 당내 조세 정상화특위, 코스피 5000 특위를 중심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조정 여지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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