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이재명 정부의 '법인세 인상'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코스피 시가총액 100조원이 증발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연일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개딸만 무서워하지 말고 개미 무서운 줄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1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고 증권거래 세율 인상,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세제 개편안을 공개한 바 있다.
개편안에 반대하며 등장한 국민청원은 11만 명을 돌파했으며 이번 개편안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전 정책위의장을 향한 의원직 사퇴 청원까지 올라오며 여론이 격화되고 있다.
발표 다음 날부터 코스피 시가총액이 100조 원 증발하는 등 주식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정부가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한 것과는 달리 법안 공개 이후 시장 반응이 요동치고 있어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물론이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강하게 비판하며 맹공에 나섰고, 여당 안에서도 개편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주식 수익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낮추고 주식 거래세를 인상하는 내용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는 지적과 곧장 주식시장 침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오면서 정부에서 실행하는 첫 세제개편안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송언석 "이재명표 세금폭탄, 대한민국 강타"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난 목요일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다음 날 코스피가 3.88% 폭락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 100조원이 증발했다"고 말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법인세와 증권거래세 인상, 대주주 기준 하향 등 이른바 이재명 표 세금 폭탄이 한국 주식시장을 정면 강타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민주당의 대응은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병기 원내대표는 주식시장 충격에 놀라 대주주 기준 재상향 검토를 시사했으나 같은 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주식시장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한가한 발언을 내뱉었다"며 "민주당의 무책임한 행태가 이어지는 사이 국회 전자 청원에 등록된 대주주와 양도소득세 기준 하향 반대 청원에 11만 명이 넘는 국민이 동의했다"고 피력했다.
이어 "앞에서는 코스피 5000시대를 약속해놓고, 뒤에서는 1500만 개인투자자의 주머니를 터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기만적 정책에 국민적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재 정책위의장도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 의장은 "지난 금요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일제히 4% 감소하며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았다"며 "이유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한국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법인세 인상으로 기업의 숨통을 조이고, 증권거래소 거래세 인상으로 투자자의 수익을 가로채며, 대주주·양도소즉세 기준을 10억 원으로 대폭 낮춰 대규모 매도에 대한 우려를 시장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투자자 심리를 외면한 조세 정책은 시장 교란을 넘어 국민 자산과 기업의 미래가치를 동시에 날려버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개딸 무서운 줄만 알지 말고 개미 무서운 줄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즉각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 손을 떼고 무너진 시장과의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철수 "개미핥기 대통령…악법으로 시장경제 좀먹어"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나선 안철수 의원도 정부의 세제 개편을 강하게 비판했다.
안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개미핥기 같은 대통령 이재명'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이재명 정부의 전방위적 증세와 악법 공세는 대한민국의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좀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코스피 5000이라는 달콤한 말로 국민을 유혹했지만 남은 건 국민의 피 같은 돈이 증발해버린 참혹한 현실"이라며 "개미들은 증시 폭락으로 있던 휴가비도 다 날렸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태연히 휴가를 떠났다. 개미핥기 같은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도 피가 말라간다. 노란봉투법 강행은 기업의 숨통을 조이고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 것이며 이는 경제 활력을 가로막는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방송3법에 대해서도 "결국 언론을 김정은의 조선중앙TV처럼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김문수 "국민에게 '증시 계엄령' 수준 '조세폭탄' 던져"
또 다른 당권주자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비판하고 나서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을 가중시켰다.
김 전 장관은 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자신의 공언을 스스로 뒤집고, 국민에게 증시 계엄령 수준의 조세 폭탄을 던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내 증시는 지난 금요일(1일) 최악의 폭락을 경험했고 정부는 아직까지도 이를 무시, 방관하고 있다"며 "이미 침체에 빠진 내수경제에 주식시장까지 흔들리자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냉소적 표현이 공공연히 회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을 믿었던 국민들만 또다시 기만당하고, 바보가 된 것"이라며 "더 이상 국민을 상대로 증세 폭탄을 던지지 말라"고 직격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양두구육 이재명, 반시장 정책 펴"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 후 4일 열린 첫 번째 최고위원 회의에서 첫 일성으로 세제 개편안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줄곧 이재명 대통령의 리스크를 오른쪽 깜빡이를 켠 채 좌회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해 왔는데 지금 주식 시장의 혼란은 대통령과 여당이 내세운 정책 기대 심리와 현실이 철저하게 괴리돼 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10억으로 조정하는 순간 개미 투자자에게 영향이 없다고 항변해도 시장은 이미 불안감에 반응한다. 이번 사태는 과거 금투세 논란과 완전히 똑같다"며 "금투세에 영향 받는 투자자는 소수인데 왜 개미 투자자들이 반발하는지 모르겠다던 민주당의 안일한 경제 감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코스피 5000을 외치면서 반시장적 정책을 내놓는 것은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파는 양두구육일 뿐"이라며 "그리고 이를 마치 진성준 의원의 개인 의견으로 덮으려는 태도는 토사구팽의 정치"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개혁신당은 경영권 방어 목적의 자사주 매입·남용, 0BR을 낮춰 상속을 유리하게 만들고 물적 분할로 개미에게 피해 주는 행위를 끝없이 규탄해 왔다"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돈을 버는 것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며 기업과 국민을 징세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어 앞으로도 이를 집요하게 비판하겠다"며 향후 본격적인 갈등을 예고했다.
與박상혁 "세심하지 못한 부분 있다"…여당 내 비판도 계속
이번 개편안을 두고 여당 안에서도 의견이 제각각이다.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세제개편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실제 시총 증발과 함께 국민청원까지 등장하자 김병기 원내대표는 주식시장이 폭락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세제개편안 '재검토'를 언급했다.
그는 "세제개편안에 따른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크다. 10억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당내 조세 정상화특위, 코스피 5000 특위를 중심으로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도 세제개편안 재검토 의견을 개진했다.
박상혁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도 4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에 출연해 "코스피 5000을 방향으로 상법을 개정했는데 이와 상충되는 게 아니냐는 개미 투자자들의 비판이 있고, 세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스파이팅>
박 수석부대표는 "큰 정책적 목표는 다 아시겠지만 세부적인 로드맵과 설계에서 좀 혼란을 줬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약 30억 원 수준으로 낮추는 절충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액수를 당장 말하는 건 적절치 않고 절충도 중요하지만 시장과 개미 투자자들에게 어떤 핵심적인 메시지를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당 조세정상화특별위원회를 통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강조하며 ""정부도 세심하게 잘 볼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세제개편안 마련에 참여했던 진성준 전 정책위의장은 당내 목소리에 반기를 들었다. 진 의원은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되돌리더라도 코스피가 무너지지 않는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은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대주주 기준을 단계적으로 낮췄지만 당시 주가 변동은 거의 없었다"며 "윤석열 정권이 기준을 완화했지만 오히려 주가는 떨어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요건 10억 원 환원 등은 모두 윤석열 정권이 훼손한 세입 기반을 원상회복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정청래 "양도소득세 공개발언 자제하라" 최고위서 지시
민주당은 내부 분열이 격화되자 급히 입단속에 나섰다. 정청래 신임 당대표는 4일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논란에 대해 공개적 논란은 자제하라"며 발언 자제령을 내렸다.
정 대표는 "제가 당대표로서 한 가지 방향을 정해서 말씀드리겠다. 주식양도소득세에 관한 논란이 뜨거운데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논란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 시간 이후로 비공개에서 충분히 토론할 테니 의원님들께서는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어 "한정애 정책위의장께서는 오늘 중으로 A안과 B안을 다 작성해서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해 주시고,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입장을 정리해 국민 여러분들께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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