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통합지원법 시행 따른 역할·책임↑
실질적 역할 수행토록 지원 강화해야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돌봄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도 ‘통합 돌봄’ 추진에 박차를 가하면서 내년 3월이면 전국적으로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된다. 고령·장애·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은 이제 살던 곳에서 의료, 돌봄, 주거 등의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집에서도 의료·돌봄 통합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것.
하지만 이 변화의 문턱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다. 퇴원 후 치료와 재활, 돌봄을 담담함으로써 통합돌봄시대 실질적인 중간다리 역할을 하지만 여전히 낮은 국민 인식과 해결되지 못한 제도적 한계를 떠안은 채 책임만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은 의료까지 제공…요양원은 돌봄 중심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차이를 아시나요?”
이 질문에 정확히 대답할 수 있는 국민은 과연 몇이나 될까.
요양병원은 요양원과 설립목적, 법적 근거, 제공 서비스 등이 엄연히 다르지만 이 차이를 명확히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하지만 통합돌봄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려면 이제 국민도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차이를 명확히 알고 상황에 따라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요양병원은 치료와 간병이 동시에 필요한 환자에게, 요양원은 치료가 불필요하고 생활 지원만 필요한 노인에게 적합하다. 즉 요양병원은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곳으로 큰 병원에서 수술 등을 마치고 퇴원한 뒤 추가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노인환자가 선택할 수 있다. 간병인뿐 아니라 의사, 간호사가 상주하며 의료법의 적용을 받는다.
반면 요양원은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운 노인을 위한 복지시설로 요양보호사가 중심이 돼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의사와 간호사는 상주하지 않으며 주로 계약의사(촉탁의)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건강상태를 살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에 의료법이 아닌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요양원과의 차이를 알더라도 막상 선택은 쉽지 않다. 뉴스에서 보도된 일부 사례로 요양병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적잖이 남아있어서다.
이에 대해 대한요양병원협회 임선재 회장(더세인트요양병원장)은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협회 차원에서 병원 종사자들을 위한 정기 연수는 물론 현장 맞춤형 감염관리, 낙상 예방, 의료윤리 등 주요 지표별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며 “전체 요양병원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와 돌봄의 질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실에 걸맞은 제도적 지원으로 요양병원 질 높여야
아예 이 기회에 구조적인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요양병원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통합돌봄시대 요양병원의 역할과 책임은 더 커질 테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적 문제는 단순히 병원의 의지만으론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
대한요양병원협회 임선영 재무위원장(서안산노인전문병원 이사장)은 “요양병원은 의료와 돌봄을 잇는 중간다리이자 재택 복귀를 준비하는 기관으로 통합돌봄과정의 핵심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국민 누구나 ‘이 정도 요양병원이면 믿을 수 있다’는 공통의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표준화와 그 기반이 되는 정책적 지원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에 따르면 제도적 지원이 시급한 부분은 치료와 재활을 병행할 수 있는 전문인력 확보, 간병제도 정립을 통한 간병의 질 관리, 현실에 맞는 수가체계 개선 등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안병태 부회장(더조은요양병원장)은 “요양병원 역시 다양한 환자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회복기, 치매, 호흡기질환 등 질환 특성에 맞게 수가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며 “특히 야간간호 인력은 배치기준만 있을 뿐 그에 상응하는 수가가 별도로 없어 책임만 부여받은 채 현장에서 상당한 운영 부담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협회 측은 야간간호관리료 신설 등 현실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간병인 확보는 고질적인 문제. 무엇보다 간병인의 역할, 교육, 업무범위 등을 정한 간병제도가 없다 보니 어찌어찌 외국 인력을 고용하더라도 간병서비스의 질을 전혀 보장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협회 측은 이미 많이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간병제도를 정립해 전문성을 갖춘 간병인을 양성하고 환자들에게 질 높은 간병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양병원이 통합돌봄시대에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 권한을 부여,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지승규 부회장(전남제일요양병원장)은 “임종이 임박한 노인들을 돌볼 수 있는 생애 말 임종병실을 운영할 수 있게 하고 요양병원이 퇴원 후 재택 돌봄기관과 연계될 수 있도록 현재 의원과 지역 의료원만 가능한 방문진료에 동참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러한 실질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국민도 안심하고 요양병원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선영 재무위원장은 “지금의 수가와 인력체계로는 의료와 돌봄의 중간다리 역할을 충분히 해내기 어렵다”며 “요양병원 스스로 질을 높이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재정적·인력적 기반의 단계적 지원 논의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TIP. 요양병원 선택 시 이것만은 꼭!
※ 현재로선 공공정보 창구를 최대한 활용해 현명하게 요양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접속, ‘우리지역 좋은병원 찾기’ 메뉴를 클릭한 후 요양병원을 선택하면 현 위치를 기반으로 주변의 요양병원을 확인할 수 있다. 병원별 세부사항은 아래와 같은 팁을 참고해 꼼꼼히 확인할 것.
1. 의료진 구성과 전문 진료가능 여부 : 해당 병원이 내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과목을 갖추고 상주 의료진이 있는지 확인
2. 간병형태와 비용구조 점검 : 공동간병인지, 전담간병인지 유형을 확인하고 간병비가 명확히 고지되는지 점검
3. 재활치료 프로그램 여부 : 일상 회복을 위한 재활치료(물리 작업치료 등)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인
4. 직접 병원 방문해 살펴보기 : 병원 내부 환경, 직원들의 친절도, 환자들의 실제 생활 여부 등 현장 분위기 눈으로 직접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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