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과거 이른바 ‘어용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을 부인한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과의 법적 다툼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사용자 주도로 설립된 대항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이 무효라면, 진성노조의 과거 교섭 요구에 대해서도 사용자가 응해야 한다는 첫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2011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에버랜드) 사업장에서 복수노조가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회사는 먼저 설립된 에버랜드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뒤이어 설립된 금속노조 삼성지회와의 교섭 요청은 ‘대표성 없음’을 이유로 거부했다. 이후 삼성 측은 2021년이 돼서야 금속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공고하고 교섭에 나섰지만, 금속노조는 소송 중 청구 취지를 바꿔 “에버랜드노조와만 협상한 2011~2020년 기간의 교섭의무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은 이를 뒤집었다. “단체협약은 향후에도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고, 노동조합이 소급 동의나 승인 방식으로 새로운 협약을 맺는 것도 가능하다”며 “과거 근로조건에 대한 교섭 요구 역시 실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2022년 확정된 에버랜드노조 설립 무효 판결이 핵심 근거가 됐다. 당시 법원은 해당 노조가 사용자의 지배·개입 아래 설립된 대항노조로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노동조합 지위가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에 동의했다. “금속노조가 적법하게 수년간 교섭을 요구했음에도 대항노조와의 단협만을 이유로 거부당한 것은 위법”이라며 “해당 기간의 교섭사항에 대해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고 확인했다.
다만 대법원은 2심이 ‘기존 단체협약의 효력 유무와 무관하게 교섭권을 인정한다’고 본 점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법상 단체협약의 효력이 부인되는 특별한 사정, 즉 선행 단협이 무효여야만 소급 교섭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단체협약은 단지 미래 효력만 지니는 것이 아니라, 근로조건 기준 확정이라는 본질적 기능을 통해 과거에 대한 동의나 정산도 가능하다”는 단협의 법적 기능을 재확인한 점도 중요하다.
노동계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침해된 교섭권을 원상 회복하는 판결”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영계 일각에선 “과거 사항까지 소급 교섭 의무를 인정한 판결은 법적 예측 가능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반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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