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화주-항운노조 사이 진퇴양난...하역사 '잔인한 여름'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단독] 선·화주-항운노조 사이 진퇴양난...하역사 '잔인한 여름'

한스경제 2025-08-04 07:00:00 신고

3줄요약
부산항만공사와 부산항운노동조합이 최근 부산 감천항 근로자에게 혹서기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지원물품을 전달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부산항만공사
부산항만공사와 부산항운노동조합이 최근 부산 감천항 근로자에게 혹서기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지원물품을 전달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부산항만공사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역대급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항만에서 화물 하역 작업을 영위하는 물류회사(하역사)들이 올해 ‘폭염경보 할증요금’ 때문에 그 어느 해보다 잔인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폭염 경보 발령 시 하역사가 불가피하게 항만 하역작업을 수행할 경우 발생하는 폭염경보 할증요금이 신설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요금을 하역사에 내야 하는 선주나 화주의 지급 사례가 전무하다.

일반화물 하역 시 인가된 기본요금의 50%를 추가로 지불하는 폭염경보 할증요금은 선·화주에 대해 준수와 관련된 법적인 강제조항이 마련돼 있지 않다.

하역사는 처음 신설을 제안한 항운노동조합과의 합의 사항인 관계로 선·화주로부터 받지 못한 폭염경보 할증요금을 회사 재정으로 충당해 항운노조원에게 지급하고 있다. 사실상 선·화주와 항운노조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려면 국내 항만의 노무 공급 체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항만에 선박이 부두에 접안 후 화물의 하역 작업을 할 때 해당 항만의 항운노조원들이 투입된다. ‘도급제’로 불리는 이러한 방식의 작업은 부두에 접안한 선박의 크기와 화물의 양, 종류에 따라 항운노조원의 인력 규모가 각기 다르게 정해진다.

화물 하역작업 계약을 맺은 선주나 화주로부터 하역료(Tariff)를 받은 하역사는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산하 항만별 항운노조와 하역사들의 모임인 지방 항만물류협회 간 합의에 의해 정해진 항만하역요금 요율을 적용해 해당 작업에 투입된 항운노조원에게 노임을 지급한다.

가령 부산항의 하역 기본요금(하역비) 및 폭염경보 할증요금이 매년 4월 해양수산부로부터 요금 인가를 받으면 5월부터 부산항만물류협회(사측)와 부산항운노조(노측)는 연간 임금협정을 맺고 화종별 기본·할증요금 등을 합의·결정한다. 폭염경보 할증요금과 관련 노사 양측은 별도의 노임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반영하는 구조다.

2022년 4월 신설된 폭염경보 할증요금은 같은 해 부산항 감천항과 신항 다목적부두 등 벌크화물, 자동차(일부 컨테이너 화물 포함)를 처리하는 항만 시설에서 폭염경보 발령 시 주간 작업에 투입되는 노동자(항운노조원)에 하역비의 50%를 할증해 노임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듬해 울산항에 부산항과 같은 방식으로 폭염경보 할증요금이 적용됐으며 지난해 포항항, 올해 4월부터 마산항이 추가됐다.

문제는 선·화주 측이 하역사에 폭염경보 할증요금 지급하는 데 있어 매우 미온적인 데에서 출발한다. 하역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선·화주와의 화물 하역 계약은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연간 단위로 체결돼 있다”며 “하역사는 폭염이 아무리 심해도 이미 과거에 선·화주와 맺은 계약을 중간에 수정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항만별 폭염경보 할증노임 적용 현황./항만물류협회
항만별 폭염경보 할증노임 적용 현황./항만물류협회

선·화주 측은 하역비를 조금이라도 적게 내는 것이 시장 논리상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수출입 기업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물류·운송비 절감이다. 항만 하역료도 물류비에 포함되기 때문에 하역사들이 요구하는 폭염경보 할증요금 같은 불필요한 지출은 지양하는 추세다.

국내 항만의 하역비가 해외 항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하역사들이 폭염경보 할증요금을 외국 선사나 화주에 청구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무역항마다, 화종별로 하역비는 천차만별이다. 외국 선사나 화주에게 전반적으로 저렴한 국내 항만의 하역비는 매력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역사들이 폭염경보 할증요금이 발생한 만큼 하역비에 추가 요금 납부를 요구하면 지금까지 국내 항만이 갖고 있는 ‘가격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일선 하역사들이 폭염경보 할증요금에 부담을 느끼는 가장 큰 원인은 현 항만의 노무 공급 구조에서 비롯된다. 선·화주로부터 받는 하역비에서 항운노조원에게 지급해야 할 폭염경보 할증요금을 포함한 각종 노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이 현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하역사는 선사나 화주에 대해 ‘을’의 위치로 전환했고 최근에는 더욱 심해졌다”면서 “거래 관계상 ‘갑’인 선·화주에 폭염경보 할증요금이 최근 신설됐으니 추가로 비용을 청구하는 영업상의 어려움은 합의를 통해 할증요금을 포함한 노임을 수령하는 항운노조에 선·화주로부터 못 받은 돈을 회사 재정에서 빼 지급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역사 측에서는 폭염경보 할증요금의 신설을 아직까지 모르는 선·화주를 대상으로 취지를 설명하고 계약 시 필요한 일종의 문서인 ‘지급확약서’안을 마련해 해수부에 제안했다. 해수부는 이를 일부 수정·보완해 올해 4월 지급확약서 양식을 최종 확정했다. 하역업계에서는 해수부에서 확정한 지급확약서를 선주, 화주 관련 단체에 추후 하역 계약 체결 시 당국, 하역사 등에 제출한다는 전제로 발송한 상태다.

하지만 선·화주의 지급확약서 제출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인가된 하역료는 ‘항만운송사업법’에 따라 법적 의무사항이며 정액제로 시행하게 돼 있다. 정해진 요금보다 더 받거나 덜 받는 행위가 적발되면 항만운송사업자(하역사)만 책임을 지게 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만운송사업법’에는 항만 이용자(선사, 화주)들의 법령 미준수에 따른 제재 조항이 불비(不備)한 상태이며 오로지 인가의 주체인 하역사에게만 책임을 묻는 현실”이라며 “주무 부처인 해수부도 책임 소재는 하역사에 지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견해이며 선·화주의 지급확약서 제출을 법 개정을 통한 조항 신설을 통해 의무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선사, 화주 등 모든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해야 하고 규제 확장에 공직사회 특유의 부담감이 작용하고 있다”며 법·제도적 지원 역시 요원함을 호소했다.

폭염 일수는 증가하고 있고 선·화주는 폭염경보 할증요금 지불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에서 하역사들은 현행 법·제도의 느슨함에 갇혀 있다. 앞서 현재 할증요금이 적용 중인 4개 항만 외에 다른 국내 무역항에서도 폭염경보 할증요금 신설을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큰 형국이다.

하역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 항운노조와 지방 항만물류협회 간 임금협정이 개시됐지만 최근까지 상견례만 진행된 상태”라며 “여름휴가 기간이 끝나는 이달 중순께 각 지방(항만)별 폭염경보 할증요금 신설과 관련 항운노조의 본격적인 요구사항이 개진될 예정”이라고 강조, 당국의 법적 지원책 마련과 선·화주의 전향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