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내우외환’ 韓기업, 대응 역량 한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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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내우외환’ 韓기업, 대응 역량 한계 왔다

이데일리 2025-08-04 05: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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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처리됐다. 개정안엔 사용자 개념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하고 불법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개별화하며 손해배상 감면 청구권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쟁의행위 범위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까지 넓혔다.



근로자 권익 확대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 입법은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 추진되면서 오히려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우선, 사용자 개념을 직접 근로자들을 고용한 회사를 넘어 원청업체로 넓힘으로써 원청업체는 수많은 하청이나 외주 협력업체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 거부하면 이는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해 형사처분도 받을 수 있다. 원청업체는 이제 하청 혹은 협력업체들의 노사문제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의 경우 1차 협력사는 수백 개, 2·3차 협력사는 수천 개가 넘는다. 수천 개 협력사 노사문제 관리가 불가피해지면서 직접 생산활동에 투입해야 할 에너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종의 가짜 노동에 회사의 에너지가 투입된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현재 미국의 고관세 부과 등으로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 경쟁력 향상에 매진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가짜노동에까지 에너지를 낭비해야 하니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손해배상 책임의 개별화는 사실상 노조 단체에 면책 특권을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불법파업에 따른 피해보상을 사용자는 노조가 아니라 조합원 개개인에게 물어야 한다. 노조의 불법행위로 재산상 손실을 봐도 회사는 노조가 아니라 근로자 개개인의 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기여도를 입증해야 한다. 쉽지 않다. 현행법상 기업의 유일한 민사적 대응 수단을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손해 감면 청구권까지 도입되면 노조의 불법행위는 장려되고 빈번한 생산활동 차질은 불가피해진다. 원청업체들은 한편에선 가짜노동에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고 다른 한편에선 생산 차질마저 빈번해져 경쟁력이 악화할 수 밖에 없다.

쟁의행위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까지 넓히는 것도 문제다. 현실적으로 투자, 생산, 판매, 연구개발, 산업이전 등 기업의 의사결정 대부분은 근로조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제 이러한 의사결정은 쟁위 행위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현재 기존 노동경직성에 더해 새로운 사면초가에 직면해 있다. 이 상황에서 그나마 경쟁력 유지를 위해 단행한 의사결정들마저 노동쟁의 대상이 된다면 기업들은 해외 이전 혹은 폐업으로 내몰릴 수 있다. 분명 이 법의 제정 취지는 근로자 삶의 질 향상인데 결과는 일자리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근로시간 위반과 파견 혹은 대체근로에 형사처분을 부과하고 있다. 정규직 해고 규제도 강력하다. 2025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 효율성 중 노동시장’ 부문 순위는 69개국 중 51위, 노동유연성 부족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란봉투법까지 시행된다면 새로운 투자는커녕 기존 기업들의 이탈이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7월 29일 입장문을 통해 노란봉투법이 법률적 명확성을 훼손하고 경영 리스크를 심화시켜 외국계 기업의 한국 철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의 고관세 부과, 법인세 인상, 중국의 파상적 시장침투 공세를 넘어 노란봉투법 부담까지 감당할 여력이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그렇지 않다면 노란봉투법 입법을 추진한 의원들은 두고두고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 공부하고 또 공부해 정말 자신이 있는 경우 입법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 진실에 직면하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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