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른 요즘 여름 입맛 살려주는 반전 식재료가 있다. 보기에는 예쁜 꽃같은 '한련화'가 그 주인공이다. 아마 대부분 한련화라는 꽃 이름이 낯설 것이다. 하지만 한련화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식재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는 ‘너스셔럼’(nasturtium)이라는 이름으로 샐러드, 카나페, 피클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유의 매운 향 때문에 후추 대체재로 주목받는 한련화는 화려한 색감만큼 그 맛 또한 강렬하다. 꽃잎을 한 입 베어 물면 은은한 매운맛이 입안을 톡 쏘며 퍼진다.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 있지만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한련화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미식 문화가 정교해지고, 장식과 풍미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식재료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생긴 변화다. 특히 여름철 입맛이 뚝 떨어질 때, 입안을 깨우는 알싸한 풍미의 한련화를 식재료로 사용하면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 모두 느낄 수 있다.
향긋한 꽃에서 후추 맛이? 한련화의 이색 풍미
한련화는 일반적으로 붉은빛, 주황색, 노란색 등 화려한 색상의 꽃을 피운다. 덩굴성 식물이라 키우기도 쉬운 편에 속한다.
한련화 꽃잎은 단맛보다 매운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흡사 겨자잎이나 방아잎처럼 입안에서 자극을 주는 계열이다. 사람들은 이 맛을 후추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편이라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고기 요리나 짭짤한 요리의 토핑으로 사용해 왔다.
향과 맛 외에도 꽃잎은 샐러드에 넣거나 생선요리 위에 올리면 산뜻한 색감을 더해준다. 어린잎은 부드러워 생채소처럼 먹기 적당하고, 피클로 담가 먹어도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또 종자에는 기름이 많아 일종의 허브 오일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한련화가 특히 사랑받는 이유는 ‘반전 매력’ 때문이다. 꽃은 예쁘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입안에서 매운맛이 느껴져 이 낯선 조합이 미식 요리를 즐기는 이들에게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는 식재료라 할 수 있다.
한련화, 약용으로도 활용된 역사 깊은 꽃
한련화는 유럽에서 오래전부터 미식 재료뿐만 아니라 약용 식물로도 써왔다. 기침을 가라앉히고 기관지를 깨끗하게 해주며, 일부 지역에서는 감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민간요법까지 있다. 항균 작용을 한다는 연구도 있다. 실제로 한련화에는 이소티오시안산염 같은 황 화합물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겨자나 고추냉이에 포함된 성분과 유사하다. 이 물질은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는 성질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철분과 비타민 C 함량이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100g당 철분은 약 2mg, 비타민 C는 50mg 이상이 함유돼 있다는 자료도 있다. 물론 식용꽃의 특성상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진 않지만, 입맛을 돋우는 역할과 함께 영양을 보완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몇몇 한식 셰프들도 한련화에 주목하고 있다. 한식에 어울리는 ‘자연의 매운맛’을 꽃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기구이, 전통 장류 요리, 비빔밥 등에 활용하면 식감과 톡 쏘는 향을 모두 살릴 수 있다.
집에서도 간편하게 키울 수 있는 식용 꽃
한련화는 번식이 쉬워 도시 가정에서도 기르기 좋다. 햇볕이 잘 드는 창가나 베란다, 혹은 야외 텃밭에 심어두면 금세 자란다. 물만 충분히 주면 되기 때문에 초보자도 부담이 없다. 키우는 재미와 먹는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식물이다.
한련화 씨앗은 인터넷이나 꽃 시장, 일부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구할 수 있다. 파종 시기는 보통 봄이나 초여름이 적기이며, 싹이 튼 뒤에는 매년 새싹이 나고 꽃도 꾸준히 핀다. 자잘한 관리만 해주면 가을까지도 꽃을 수확할 수 있다.
다만 식용으로 재배할 경우 농약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관상용으로 유통된 묘종은 식용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농약 성분이 남아 있거나 비식용 품종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식용 가능’ 품종인지 확인해야 한다.
한련화 꽃은 피자마자 바로 따서 먹는 게 좋다. 시간이 지나면 향이 날아가고, 조직도 질겨지기 때문이다. 꽃잎을 살짝 물로 헹군 후 종이 타월로 톡톡 닦아내는 방식이 가장 좋다. 어린잎이나 꽃봉오리도 함께 수확하면 요리에 이것저것 활용해 넣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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