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2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정청래 신임 대표가 '갑질 논란'에 이재명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서 자진 사퇴한 강선우 의원을 감싸는 메시지를 내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강 의원의 자진 사퇴를 수용한 이재명 대통령과 엇박자를 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정 대표는 강 의원 논란이 절정에 달하며 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할 때도 강 의원을 감싸는 메시지를 내며 '명심'과 다른 길을 걷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원내대표 시절 이재명 당 대표와 호흡을 맞춘 박찬대 의원에 비해 '강성'인 정 대표가 당권을 잡은 만큼 향후 이재명 정부의 주요 정책 집행 과정에서 엇박자가 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청래, '강선우' 감싸며 '명심'과 다른 행보?
주진우 "정청래, 이재명 대통령과 차별화 전략"
정청래 대표는 2일 당 대표 선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선우 의원과 통화했다"며 "많은 위로를 해주었고, 당대표로서 힘이 되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조만간 만나서, 다시 힘내서 의정활동 잘 하자고 했다. 제가 강선우 의원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 힘내시라"고 적었다.
강선우 의원은 앞서 이재명 정부 초대 여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보좌진 갑질 논란에 결국 자진 사퇴했다.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현역 의원이 낙마한 것은 강 의원이 처음이다.
강 의원은 지난달 23일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그에 앞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강 의원의 사퇴 의사를 접하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강 의원이 자진 사퇴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사실상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한 셈이다.
그가 23일 오후 3시 47분에 사퇴 메시지를 남기기 전 당 대표 후보로 나섰던 박찬대 의원이 3시 30분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결정해야 한다"며 강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반면, 정 대표는 강 의원의 논란이 한창이던 때에도 "동지란 이겨도 함께 져도 함께, 비가 올 땐 같이 비를 맞이 주는 것"이라며 줄곧 강 의원을 감쌌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보다 박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 대표가 2일에도 강 의원을 옹하하는 글을 올리자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곧장 비판에 나섰다.
주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청래 대표의 첫날 메시지는 민생도, 경제도, 안보도 아니었다. 정 대표는 '강선우 의원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며 "갑질을 당한 보좌진, 강선우의 가식에 분노한 민심을 달래야 했는데, 정반대로 갔다. 한마디로 '국민과 싸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 정 대표를 법사위원장 때 직접 겪어봤다. 오직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만 보고 일을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차별화 전략이 벌써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강선우를 내쳤지만, 정청래 대표는 끝까지 안을 것이라는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강성' 정청래 "추석전 개혁입법·내란척결 총력"
李 대통령 "추석 전까지 얼개 만드는 건 가능할 것"
정 대표는 민주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강성' 인사로 꼽힌다. 이에 야당과 협치를 강조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 기조와 엇박자가 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정 대표는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당선 수락 연설에서 "내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며 "아직도 반성을 모르는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과 그 동조 세력을 철저하게 처벌하고 단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약속드린 대로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되어 검찰·언론·사법 개혁을 추석 전에 반드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며 "전당대회가 끝나는 즉시 검찰·언론·사법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장관도 검찰개혁 의지를 갖고 있지만 좀 더 신중한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3일 진행한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추석 때까지 (검찰개혁) 제도 자체를 그때까지 얼개를 만드는 건 가능할 수도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정성호 장관 역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검찰 개혁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시기나 방안 및 계획을 단정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고, 국회에서 신속하게 집중적이고 심도깊은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청래 "내란과 전쟁 중"…李 "야당도 존중해야"
국민의힘과 관계에 대해서도 '다름'이 감지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야당 국회의원들도 국민 선택을 받은 대표이기 때문에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야당 주장이) 타당하고 합리적 근거가 있는 거라면 당연히 그 지적을 수용해서 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국민의힘이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자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를 지명 철회했고, 강 후보자 역시 자진 사퇴 처리하면서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정 대표는 2일 수락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과의 관계에 대해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며, 여야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헌법을 파괴하고 실제로 사람을 죽이려고 한 데 대한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고서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내란특검을 통해서 윤석열 내란 수괴 피의자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의 내란 동조 세력과 내란 방조자, 내란 협력자들이 있다는 게 밝혀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를 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 당 소속 의원들과 대의원은 박찬대 의원을 더 많이 지지했다. 극단적 네거티브전으로 흐르진 않았지만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때문에 당 내에서는 대통령-총리-당 대표 삼각 체제에서 정 대표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정 대표가 이런 우려와 갈등을 봉합하는 데 노력해야 대통령과 당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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