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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의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당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정 대표는 지난 2일 당 대표 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서 그는 61.74%를 득표해 38.26%를 득표한 박찬대 의원에게 압승했다. 선거 초반만 해도 여의도 정가에선 찐명(친이재명계) 주류인 박 의원이 정 대표와 호각세를 벌일 것으로 봤지만, 결과는 정 대표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선명성 내세워 당 소수파서 당권까지
당내 주류와 거리가 있던 정 대표가 대승을 거둘 수 있던 건 강한 개혁성 덕이다. 6월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정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3특검법(내란·김건희·채 해병 특검법) 등 개혁입법을 주도하며 강성 당원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강력한 개혁 당 대표’를 자처하며 “법사위원장 때처럼 통쾌하게, 효능감 있게, 속 시원하게 당 대표를 하겠다. 최전방 공격수로 개혁의 골을 넣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정 대표의 임기는 전임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내년 8월까지다. 임기는 1년 남짓에 불과하지만 그 무게감은 작지 않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이 가장 강한 ‘골든타임’으로 꼽히는 정부 출범 후 첫 1년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도 행사할 수 있다.
◇국힘엔 위헌정판 심판까지 시사
정 대표는 특히 검찰·사법·언론, 3대 개혁을 핵심 과제로 공약했다. 이 가운데 검찰개혁은 추석 전에, 나머지 사법·언론개혁도 3개월 안에 마치겠다는 게 정 대표의 구상이다. 검찰개혁의 경우 수사·기소권의 완전 분리 등 사실상 검찰청 해체를 담은 안(案)이 이미 당내 태스크포스(TF)에 의해 완성된 상태다. 정 대표는 나머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입법으로 강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공언했다.
정 대표가 법사위원장 시절처럼 주요 쟁점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면 야당과의 관계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김동원 국민의힘 대변인은 3일 “정 대표는 여야 간의 타협보다는 당원들에게 선명성을 강조하면서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민주당 내의 강경세력에 늘 주파수를 맞추는 후보 아니었느냐”는 논평을 냈다.
정 대표도 당분간 국민의힘과 대화할 뜻이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당선 직후 국민의힘을 향해 “12·3 비상계엄 내란을 통해서 계엄군에게 총을 들려서 국회로 쳐들어왔다”며 “거기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먼저다. 그러지 않고 저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겨냥해 현재 법무부만 가진 위헌 정당 해산심판 청구권을 국회에도 부여하는 헌법재판소법을 발의했는데, 이 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 여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을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서 정청래號 성적표
상대적으로 당내 소수파로 꼽히는 정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 및 당 친명 주류와 어떻게 호흡을 맞출지도 관전 포인트다. 선명성이 강점인 정 대표와 달리 박찬대 의원을 위시한 친명 주류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개혁 완급을 조절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서다.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관계에서 자칫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정 대표는 당선 직후 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당정대 원팀으로 대통령을 잘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정청래 시대 당정 호흡은 곧 있을 두 사람 간 회동과 사무총장·정책위의장 등 핵심 당직 인선을 통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의 이 모든 과제는 결국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채점을 받게 된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대승을 거둔다면 정 대표는 당 대표 연임에 도전, 2028년 총선 때까지 당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공천을 주도한 총선에서도 승리하면 정 대표의 당내 입지는 대권을 넘볼 정도로 커질 수 있다. 다만 지방선거에서 가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다면 정 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강요당할 수 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내년 지방선거 승리에 저의 모든 것을 걸겠다”며 “당 활동의 모든 초점을 지방선거 승리에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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