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떠나는 李대통령, 한미 정상회담 준비 '고심'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미국 방문을 앞두고 여름 휴가에 들어간다.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숨 가쁘게 이어온 국정 일정을 잠시 멈추고 재충전과 함께 한미 정상회담 실무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3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4일부터 8일까지 대통령 별장 ‘청해대’가 있는 거제 저도에 머문다. 당초 이 대통령은 여름 휴가를 가지 않거나 짧게 다녀올 계획이었으나, 참모진들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하며 생각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번 휴가는 온전히 휴식에 집중하기보다 주요 국정 과제 보고를 받는 실무형 휴가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과의 관세 협상 이후 남은 세부 합의 사항 점검이 필요하다. 3500억달러(약 472조원) 규모의 대미투자펀드 실투자액 조율 등은 세부 쟁점으로 남아 있다. 농산물 시장 개방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온도차도 여전하다. 이에 대한 정리 작업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독서와 영화 감상 등으로 재충전하면서 긴급 사항은 실시간으로 보고받는다고 덧붙였다.

안보 이슈도 핵심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청구서 외교’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이견이 있는 가운데, 주한미군 역할 조정이나 한국의 국방비 증액 폭 등을 놓고도 의견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 한미일 3각 안보협력, 대중국 견제 기조 등도 주요 안건이다.

정상회담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한미 외교 당국 간 조율 중”이라며 “결정 시 양국이 협의 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조정실장은 KBS TV에 나와 “조현 외교부 장관이 현재 워싱턴에 머물며 협의 중이다. 실질적인 합의가 매우 잘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8월 중순 전후를 유력 개최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는 광복절인 15일 이후를 선호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정식 취임식 이후 출국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외교 일정이라는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주 내 정상회담 개최’ 시점보다는 다소 늦지만, 트럼프 측 일정도 함께 고려한 조율로 해석된다.

한편 이 대통령의 휴가 기간 동안에는 수도권과 중부 지역에 집중 호우가 예보돼 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재난 상황이 커지면 곧바로 대통령실로 향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