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를 향해 '핵 위협' 공방을 벌이며 국제사회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8일을 휴전 시한으로 정하고 러시아를 향해 고강도 제재와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히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하면서 기존에 제시한 휴전 조건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 미국을 향해 핵미사일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핵잠수함 2척 배치를 지시하며 '강대강' 대치를 연출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각각 특사를 파견키로 해 8일까지 휴전 협상에 진전이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50일 안에 종전 안하면 러에 혹독한 관세"
러-우, 3차 평화협정도 '빈손'…트럼프 "러 관세 유예 10~12일로 단축"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전쟁 휴전을 놓고 공개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전쟁 휴전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지난달 14일 50일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혹독한 관세를 부과하고, 러시아와 교역하는 국가에도 100% 정도의 '2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9월 중순 전까지는 휴전을 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3일 3차 고위급 평화협상을 열었으나 포로 교환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만 합의가 이뤄졌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아무런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협상 직후 양국의 공방은 지속됐다. 25일 양국은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주고 받으며 5명의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러시아에 대한 관세 제재 유예 시한을 50일에서 10∼12일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푸틴과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푸틴은 갑자기 키이우 같은 도시에 로켓을 발사하고 요양원 등에서 많은 사람을 살해했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매우 실망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러, '열흘 통첩'에도 대규모 공습 31명 사망
트럼프 "구역질 나…8월8일까지 휴전 안 하면 제재""
트럼프 대통령의 '열흘 이내 휴전' 압박에 러시아는 오히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한 대규모 공습으로 답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에 따르면 30일 밤부터 31일 새벽까지 러시아군이 주거지역, 아동병원, 학교 등 키이우 곳곳에 드론 폭격을 가해 어린이 16명을 포함해 최소 31명이 숨졌다. 부상자도 150명 이상이나 발생했다. 이는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키이우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사례다.
키이우시 당국은 8월 1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러시아에 최대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오늘 세계는 다시 한번 평화를 갈구하는 우리의 소망에 러시아가 어떻게 답했는지 봤다"며 "힘이 없는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율리야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것이 트럼프가 제시한 데드라인에 대한 푸틴의 응답"이라며 "세계는 심판과 최대 압박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X에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매우 관대하고 참을성 있는 태도를 보이며 해결책을 찾으려 했지만 푸틴은 파괴와 살인만을 추구한다"며 "그가 선택한 행동의 고통과 결과를 느끼도록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31일 백악관에서 러시아를 겨냥해 "구역질난다"면서 "러시아가 오는 8월 8일까지 우크라이나와 휴전을 합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러시아 목표 불변…과한 기대말라"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압박에도 지난해 6월 제시한 휴전 조건을 거론하며 "러시아의 목표는 변함없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 내 우크라이나군의 철수, 서방 제재 해제 등을 휴전 조건으로 내건 상태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평화 협상에서 즉각적인 휴전과 함께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와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것들은 조건이 아니라 목표다. 나는 러시아의 목표를 공식화했다"면서 "그전까지 우리는 러시아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지난해 6월 이를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휴전 협정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실망감과 불만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지금까지의 협상 결과에 실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도한 기대 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 메드베데프 '핵위협'…트럼프 "핵잠수함 2재 배치"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급기야 양측은 '핵 위협'까지 주고받았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텔레그램에 옛 소련의 핵 공격 시스템인 '데드 핸드'(Dead Hand)를 거론했다.
데드 핸드는 적의 공격으로 러시아 지도부가 무너졌을 경우 핵미사일을 발사하도록 설계된 러시아의 명령 시스템이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전설적인 '데드 핸드'가 얼마나 위험한지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핵잠수함 2대를 적절한 지역에 배치하도록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의 도발적인 발언에 따라 핵잠수함 두 대를 적절한 지역에 배치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라도 이런 어리석고 선동적인 발언이 단순히 말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서"라면서 "말은 매우 중요하고, 종종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은 그런 경우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주내 휴전협상 될까…"트럼프 특사 나란히 러·우크라행"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정한 휴전 시한(8월 8일)을 앞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각각 특사를 보낼 예정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2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특사인 키스 켈로그가 다시 키이우를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켈로그 특사는 불과 2주 전에도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을 만나 우크라이나 방공망 강화와 대러시아 제재 방안 등을 논의했다.
러시아엔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파견된다.
위트코프 특사의 러시아행은 러시아 측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존 켈리 유엔 주재 미국 대표 대행도 3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휴전과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협상을 해야 한다"며 "이제는 합의에 이를 때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이 8월 8일까지 이뤄져야 함을 분명히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평화를 확보하기 위한 추가 조치들을 시행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러시아에 진지한 협상을 촉구했다.
영국 총리실은 1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협상 교착 전술을 중단하고 평화 협상의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도록 제시한 새 기한을 환영한다"며 "러시아가 평화의 유일한 장애"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