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손흥민이 토트넘홋스퍼에 헌신해 온 ‘레전드’답게 팀과 시장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거취를 결정했다.
2일 서울 여의도의 IFC에서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토트넘홋스퍼 기자회견이 열렸다. 토트넘의 토마스 프랑크 감독과 손흥민이 참석했다. 하루 전인 1일 입국한 토트넘은 3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뉴캐슬유나이티드와 쿠팡플레이 시리즈 제 2경기를 갖는다.
손흥민은 기자회견 시작 시점에 모두발언으로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 올여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 점에 대해 기자회견 전에 먼저 말씀드린다”라고 했다.
손흥민 발언의 행간과 유럽 현지 기자들이 내놓은 정보를 아울러 고려할 때, 손흥민의 행선지는 아직 유력한 팀만 있을 뿐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행선지에 대해 ‘말씀드릴 수 없다’고 한 게 아니라 “거취는 결정이 나면 이야기해 드리겠다,” “내일 경기 이후 확실해지면 이야기해드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적시장 전문 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가 기자회견 직전 ‘손흥민이 올여름 떠나기로 결심했다. 토트넘 경영진과 토마스 프랑크 감독에게 저신의 뜻을 전달했다.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의 접근을 거절했던 손흥민은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LAFC와 협상 중이다. MLS행이 가장 유력하다’라고 전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일반적으로 축구계에서 이적은 구단과 선수가 모두 합의해야 성사된다. 선수가 먼저 떠날 뜻을 품었다 해도 구단간 협상이 무산되면 팀을 옮길 수 없다. 그래서 선수가 ‘나는 떠나기로 했다’고 먼저 기자회견에서 선언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의사는 구단 내부에서만 전달되는 경우가 많고, 정보가 흘러나가야 외부에 보도된다.
손흥민의 경우 구단간 협상을 생략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토트넘과 계약을 마치는 시점이라면 자유계약 대상자(FA)가 되어 어느 팀이든 이적료 없이 입단할 수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토트넘과 계약기간이 1년 남았다. 토트넘이 원한다고 알려진 1,500만 파운드(약 277억 원) 이적료는 MLS 구단이 33세 선수에게 지불하기에 망설일 만한 액수다. 이적료 협상에서 엎어질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이 이적할 뜻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는 건, 10년간 헌신한 주장의 뜻을 구단이 존중하겠다는 입장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즉 이적료를 많이 요구하지 않고, MLS 팀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손흥민은 “내 결정을 팀에서 존중해 준 점에 대해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적시장에서 존중은 단순한 태도가 아니라, 금전적으로 한 발 물러났음을 뜻한다.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의 집요한 흥정 전략이 유명하지만 손흥민만큼은 ‘쿨하게’ 보내주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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