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 손흥민이 10년 만에 팀을 떠난다.
토트넘은 2일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에 나섰다. 토트넘은 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뉴캐슬과 맞붙는다. 토트넘은 2022년 창설된 쿠팡플레이 시리즈의 단골 팀이다. 2023년을 제외하고 매해 한국을 찾아 프리시즌을 소화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더욱 높은 관심을 끌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과 더불어 지난겨울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양민혁도 함께 방한한 까닭이다. 특히 이번 방한은 최근 이적설에 휩싸인 주장 손흥민이 토트넘과 10년 동행의 마침표를 찍을 가능성이 있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어 팬들의 이목이 쏠렸다. 실제로 손흥민은 기자회견에서 직접 이적을 발표했고, 이번 경기는 그의 마지막 토트넘 경기가 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올여름 지휘봉을 새롭게 잡은 토마스 프랑크 감독과 ‘주장’ 손흥민이 참석했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함께 좋은 자리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 선수들도 기대 중이다. 좋은 경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한 가지 말씀드릴 부분이 있다. 쉽지 않았던 결정이었다. 올여름 팀을 떠나기로 했다. 내일 좋은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담담히 입을 뗐다. 향후 거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이 자리를 통해 향후 거취를 밝히려고 온 것이 아니다. 내일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향후 거취는 결정이 난 후 이야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2015년 8월 토트넘에 입단해 10년간 활약했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거쳐 EPL 무대에 진출한 그는 2021-2022시즌 리그 공동 득점왕에 올랐고, 2024-2025시즌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며 토트넘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2021년 7월 체결한 재계약은 원래 2025년 여름 만료 예정이었지만, 토트넘이 포함된 1년 연장 옵션을 행사하며 계약은 2026년까지 연장된 상태였다. 그러나 손흥민은 계약기간과 관계없이 팀을 떠나기로 했다.
손흥민은 “저한테도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 축구를 하면서 10년을 한 팀에 있던 적이 처음이고, 자랑스럽다. 10년 동안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다”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에서 우승하면서 제가 이룰 수 있던 건 다 이룬 것 같았다. 그렇기에 다른 환경에서 축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토트넘도 저의 선택을 존중해줬다. 토트넘에 있는 10년 동안 정말 많이 성장했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이미 오래전부터 결별을 마음먹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결정을 내린 지는 꽤 됐다. 쉽지 않은 몇 주였다. 항상 밝은 모습을 보이려 했지만, 10년을 보낸 팀을 떠나는 일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사람의 속마음은 숨기기 어렵고, 팬들도 다 알아차린 것 같았다. 한국에서 보내는 이틀만큼은 행복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10년간의 세월을 돌아보며 “이번 결정은 정말 어려웠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팬들과의 교류, 트로피를 들어 올린 순간 등 모든 기억을 간직하고 떠나겠다. 10년 전엔 영어도 제대로 못 했는데, 이제 남자가 되어 팀을 떠날 수 있어 기쁘다. 고향처럼 여긴 팀을 떠나는 건 어렵지만, 좋은 작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와 관련해선 “무엇보다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가장 중요하다. 어쩌면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더더욱 행복하게 축구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손흥민은 이적 결정을 소수의 팀 동료에게만 알렸다. 그는 “오랫동안 함께했던 몇몇 선수들에게만 먼저 얘기했다. 특히 가장 오래 함께한 벤 데이비스는 실망스러워하면서도 제 결정을 존중해줬다. 가족보다도 많은 시간을 보낸 동료들과의 작별은 항상 어려운 일이다. 선수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실망과 동시에 존중의 감정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프랑크 감독은 손흥민의 이별 결정에 대해 “선수와 구단의 결정을 모두 존중한다. 작별의 타이밍을 잡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손흥민은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팀에 수많은 기여를 해왔다. 지금이 떠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프랑크 감독은 손흥민의 인성과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비록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그동안 손흥민이 얼마나 훌륭한 선수이자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단지 10년을 보낸 게 아니라 정말 환상적인 시간을 팀과 함께해왔다. 리그에서 수많은 기록을 남기며 모든 부문에서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고 칭찬했다. 이어 “손흥민은 내일 고별전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로 출전할 예정이다. 한국 팬들 앞에서 치르는 그의 마지막 경기는 매우 인상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손흥민은 후배 양민혁에 대한 조언도 전했다. 그는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미래가 밝은 선수다. 제 조언보다는 직접 부딪히며 배워가는 게 더 많을 것이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성장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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