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디어뉴스] 김상진 기자 = 고정희, 「강가에서」
할 말이 차츰 없어지고
다시는 편지도 쓸 수 없는 날이 왔습니다
유유히 내 생을 가로질러 흐르는
유년의 푸른 풀밭 강둑에 나와
물이 흐르는 쪽으로
오매불망 그대에게 주고 싶은 마음 한 쪽 뚝 떼어
가거라, 가거라 실어 보내니
그 위에 홀연히 햇빛 부서지는 모습
그 위에 남서풍이 입맞춤하는 모습
바라보는 일로도 해 저물었습니다.
불현듯 강 건너 빈집에 불이 켜지고
사람에 그대 영혼 같은 노을이 걸리니
바위틈에 매어 놓은 목란배 한 척
황혼을 따라
그대 사는 쪽으로 노를 저었습니다.
[서평 talk]
고정희의 「강가에서」는 떠난 이를 향한 조용한 작별 인사를 담은 시다.말 대신 마음을 강물에 띄워 보내고, 노을과 햇빛 같은 풍경 속에 감정을 실어낸다.
마지막엔 그대가 사는 쪽으로 노를 젓는 장면으로, 닿을 수 없는 이에게 끝내 마음을 전하려는 시인의 다정한 의지를 보여준다.조용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이별의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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