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디어뉴스] 김상진 기자 = “이 세상은 작은 친절로 바뀔 수 있을까?”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한 가장 조용한, 그러나 단호한 대답이다. 2024년 국내 출간 이후 조용한 돌풍을 일으킨 이 작품은, 두툼한 이야기 없이도 가슴을 오래도록 두드리는 힘이 있다.
■ 소설의 무대: 가장 사적인 계절, 가장 보편적인 선택
배경은 1980년대의 아일랜드. 주인공 ‘빌 퍼럴’은 석탄을 배달하며 살아가는 한 마을의 가장이다. 그는 평범하고 성실하며, 특별한 영웅이 될 만한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성탄절을 앞두고 들른 수녀원에서, 그는 한 소녀의 불안한 눈빛을 목격하게 된다. 마을 전체가 외면하고 침묵한 어떤 진실을, 그는 외면하지 않는다.
그의 행동은 거창하지 않다. 신문 1면을 장식하지도, 누군가를 정면으로 고발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개입. 그것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자신의 몫의 책임을 다하려는 선택. 그 진심이 독자에게 묵직하게 전달된다.
■ 고발이 아닌 시선, 폭로가 아닌 연대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일랜드 사회의 어두운 역사인 ‘마그달렌 수녀원’이 있다. 미혼모, 고아, 가난한 여성들이 격리되고 강제노역을 당했던 실제 사건. 그러나 키건은 이를 고발의 방식으로 다루지 않는다. 분노나 절규 대신, 인물의 조용한 침묵과 선택을 통해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이런 장면을 보고도 외면하지 않을 수 있는가?”
독자는 주인공과 함께 조심스레 그 질문 앞에 선다. 거대한 목소리보다, 작은 행동이 더 멀리 파장을 남길 수 있다는 믿음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 문장으로 완성된 온기, 번역의 섬세한 결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미덕은 이야기만이 아니다. 풍경 하나, 인물의 숨결 하나까지 밀도 높게 그려낸 문장력은 그 자체로 문학의 아름다움을 증명한다. 번역가 홍한별의 유려한 언어는 그 섬세함을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옮겨, 독자에게 선명한 장면들을 안겨준다.
특별히 등장인물들이 말보다 ‘침묵’으로 말하는 순간들이 인상적이다. 키건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하는 작가이고, 그 여백을 번역이 잘 살려냈기에 독자도 숨을 고르며 천천히 따라갈 수 있다.
■ 조용한 시대의 독자에게 보내는 강한 위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단지 한 시대의 이야기나 특정한 사건에 대한 재현이 아니다. 이 책은 지금 우리 사회, 혹은 우리 개인이 놓인 윤리의 갈림길에 대한 이야기다. 선한 마음이 침묵 속에 묻히기 쉬운 시대일수록, 이처럼 조용한 선택이 더욱 빛난다.
2025년 8월 1주차 추천도서로 선정된 이 책은,
거대한 드라마 없이도 깊은 울림을 남기는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저자: 클레어 키건
역자: 홍한별
출판사: 다산책방
정가: 13,800원
기자의 추천 포인트 :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품격 있는 문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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