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여름이면 더 뜨겁다. 햇살도 뜨겁지만, 여행객들의 발길이 몰리는 속도도 만만치 않다. 해변에서 수영만 하고 돌아오기엔 아쉬운 이 계절, 제주 서귀포 중문관광단지에선 바다보다 더 시원한 여름이 기다리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곳이 바로 천제연폭포다.
이 폭포는 한라산 자락에서 흘러온 물줄기가 절벽을 타고 바다를 향해 흐르며 만들어졌다. 절경과 전설, 식물과 생명이 함께 얽힌 이곳은 제주에서도 특별한 여름 풍경을 완성한다.
세 단의 폭포가 만들어내는 절경
천제연폭포는 총 3단으로 구성돼 있다. 제1폭포는 주상절리 절벽에서 에메랄드빛 연못으로 떨어지는 22m 높이의 물줄기다. 수심은 무려 21m로, 건기에는 폭포수가 말라 있을 때도 있지만 물빛과 절벽만으로도 절경이다. 한여름 햇살에 반사된 물빛은 지나가는 이의 눈을 붙잡는다.
제1폭포 인근에는 지금은 출입할 수 없는 암석 동굴이 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물줄기를 백중이나 처서 무렵 맞으면 병이 낫는다는 설화도 전해진다. 과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신비로움이 여전히 남아 있는 곳이다.
제2폭포는 상록수림 사이로 가늘게 떨어지는 폭포다. 수묵화처럼 그려지는 풍경이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어지는 제3폭포는 절벽을 타고 시원하게 쏟아지며 보는 이의 속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폭포마다 각기 다른 풍경이 펼쳐져, 하나의 길에서도 여러 번 감탄하게 된다.
제주에서 만나는 숲
천제연폭포를 아름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숲이다. 폭포 양옆에는 천연기념물 제378호로 지정된 난대림이 형성돼 있다. 송엽란과 담팔수 등 국내에서는 드문 식물들이 자생하며, 사계절 내내 울창한 초록을 유지한다.
특히 담팔수는 제주도 지방 기념물 제14호로 보호되고 있다. 담팔수는 흔히 볼 수 없는 희귀 교목으로, 제주에서도 천제연 계곡에서만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크고 둥근 잎이 그늘을 만들어주며, 여름철 무더위를 식혀주는 천연 차양 역할을 한다.
상록수와 관목, 덩굴식물들이 어우러져 형성한 이 숲은 걷는 것만으로도 피톤치드로 온몸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을 준다. 도심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공기와 풍경을 가지고 있다.
전설과 빛이 흐르는 다리, 칠선녀가 머물렀다는 선임교
2단과 3단 폭포 사이에는 ‘선임교’라는 아치형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폭포 풍경도 인상적이지만, 이 다리엔 특별한 전설이 얽혀 있다.
옥황상제를 모시던 칠선녀가 옥피리를 불며 내려와 이곳에서 놀다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그래서 선임교는 ‘칠선녀다리’라고도 불린다. 양쪽에는 칠선녀 조각상이 서 있고, 해 질 무렵이면 조명이 켜지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줄기, 머리 위로 깔린 하늘빛, 그리고 옆으로 펼쳐진 숲. 한 장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이 공간에서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다리 인근에는 ‘천제루’라는 누각도 있다. 누각에 올라서면 계곡과 폭포,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주 자연을 가장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효심과 기도가 만든 기적의 이야기
천제연폭포에는 한 청년에 대한 전설도 내려온다. 자식이 없던 부부가 이곳에서 매일 목욕하며 기도를 드렸고, 그 정성 끝에 아들을 얻었다. 아들은 효심 깊은 사람으로 자랐고, 어머니가 실명했을 때도 천제연에서 3년간 기도를 드렸다.
결국 하늘에서 그의 정성에 감동해 병을 낫게 해주었다는 이야기다. 이 청년은 이후 벼슬길을 포기하고 마을 사람들을 위해 선행을 베풀며 살아갔다.
이 이야기는 지역 사람들의 삶과 믿음이 담긴 기록이다. 자연 속에 묻혀있는 삶의 흔적을 느끼고 싶다면 천제연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여행 정보도 함께 체크
천제연폭포는 제주 서귀포시 천제연로 132에 있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다. 입장은 오후 5시 10분까지 가능하니 여유를 두고 방문하는 게 좋다.
입장료는 일반 2500원, 청소년과 어린이는 1350원이다. 반려동물은 입장할 수 없다. 중문관광단지 안에 있어 근처 다른 관광지와 함께 코스를 짜기에 이상적이고, 넉넉한 주차 공간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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