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차세대 오너 경영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담당실장을 경영 행보를 둘러싼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가 추진하는 여러 분야의 신사업들이 엇갈린 성과를 보이고 있어서다. 음악 콘텐츠 부문은 글로벌 K-팝 시장을 선도하며 순항 중인 반면 직접 주도한 패션 사업은 갈수록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CJ그룹 안팎에선 당초 기대했던 고모 이미경 부회장의 뒤를 잇기에는 능력이나 위상 측면에서 아직은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손녀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누나인 이 부회장은 한국 엔터산업의 발전을 주도하며 K-문화의 부흥을 일궈낸 주역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음악에 웃고 패션에 울고…CJ 3세 이경후 엇갈린 성적표에 '이미경 후계자' 기대감 풀썩
콘텐츠업계 등에 따르면 CJ그룹 오너일가인 이경후 실장은 CJ ENM 브랜드전략담당실장과 음악콘텐츠사업본부 CCO(최고콘텐츠책임자)를 동시에 맡고 있다. 브랜드전략담당실은 콘텐츠·미디어·라이프스타일 등 비즈니스 전반에 걸친 브랜드 방향성과 정체성을 총괄하는 동시에 미래먹거리 발굴까지 책임지는 핵심 부서다. 그동안 CJ그룹의 한 축을 담당하는 콘텐츠사업을 총괄한다는 점을 이유로 이 실장에게 '포스트 이미경'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영성과만 놓고 봤을 땐 '절반의 성공'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실장은 바통을 이어받은 격인 음악 콘텐츠 분야에서는 나름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자회사 웨이크원을 통해 ZB1(제로베이스원), 이즈나 등 신인 아티스트을 앞세워 국내는 물론 글로벌 K-팝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웨이크원은 지난 2022년 42억2800만원의 순손익 적자에서 2023년(54억7745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지난해 59억3064만원의 연간 순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CJ ENM의 또 다른 자회사 스윙엔터테인먼트를 웨이크원에 흡수합병 시키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해외사업 역시 순항 중이다. 일본의 대표 연예기획사 요시모토흥업과 설립한 합작법인 '라포네 엔터테인먼트'(이하 라포네)를 앞세워 일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라포네는 엠넷 '프로듀스 101''의 일본판을 시즌 1·2로 만들어 일본 현지에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주도했다. 지난해 라포네는 216억5563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140억687만원) 대비 약 54% 증가한 수준이다. CJ ENM은 올해 웨이크원과 라포네에 이어 새로운 글로벌 엔터사를 론칭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힌 상태다.
이 실장은 단순한 음반 제작과 아티스트 관리에 그치지 않고 유망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 IP 확장과 브랜딩, 팬덤 기반의 수익 다각화 등 복합적인 K-팝 비즈니스 모델도 구축해 나가고 있다. CJ ENM의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에 동참한 대표적인 기업으론 국내 웹소설 콘텐츠 플랫폼 기업인 '리디'가 꼽힌다. 지난 2023년 CJ ENM은 리디와 함께 지식재산권(IP) 사업 확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리디가 보유한 고품질 원천 IP와 콘텐츠 제작 역량을 토대로 아이돌 팬덤과 관련한 영상 콘텐츠를 공동 제작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킬러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NFT, 메타버스, XR(확장현실) 등 디지털 기술 기반 콘텐츠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협업과 투자를 통해 음악 콘텐츠 사업의 혁신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VR 콘텐츠 제작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어메이즈VR에 약 28억원 규모의 직접 투자를 단행해 K-팝 아티스트의 VR콘서트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어메이즈VR의 기술은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쇼미더머니' 등의 음악 방송에서 사용되고 있다.
어메이즈VR은 카카오 초기 사업 멤버인 이승준 대표와 카카오 공동창업자 중 한명인 이제범 CPO(최고생산책임자), 남대련 CTO(최고기술책임자) 등 카카오 출신들이 미국 헐리우드에 설립한 기업이다. 이 외에도 ▲포자랩스(AI 기반 맞춤형 음악 생성·120억원) ▲에이펀인터렉티브(메타버스·60억원) ▲하이퍼리얼 디지털(3D 아바타 기술·24억원) 등에도 직접 투자를 단행하며 음악 콘텐츠 분야의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부터 CJ ENM이 영위해온 음악 콘텐츠 분야와 달리 이 실장이 시작부터 사업 전체를 진두지휘한 패션 분야는 갈수록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21년 이 실장은 CJ ENM의 역접사업으로 패션사업을 지목하며 패션 자회사 브랜드웍스코리아를 통해 미국의 패션 브랜드인 '브룩스 브라더스'(정장)와 '락포트'(신발)의 국내 판권을 확보해 리브랜딩에 나섰다. 그러나 랜드웍스코리아는 지난 2022년 약 15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2023년(-64억2628만원) ▲2024년(-115억4938만원) 등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실장은 모기업인 CJ ENM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패션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브랜드웍스코리아가 CJ ENM으로부터 빌린 채무액은 108억원으로 전년(52억)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글로벌 SPA 및 온라인 기반 브랜드들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예전 브랜드를 국내에서 리브랜딩 해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 자체가 '패착'이라는 게 패션업계의 평가다. CJ그룹 안팎에선 수익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모기업 차입금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유동성 위기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빠른 손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현·이미경 이은 CJ 차세대 남매경영 기대감에 컬럼비아 동문 배우자 행보도 조명
그동안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그룹 사업 전반을 관장하고 이 부회장이 주력 사업인 콘텐츠사업을 책임지는 등 남매경영의 모범사례로 꼽혀 왔다. 덕분에 재계 안팎에선 이선호·이경후 남매가 이재현·이미경 남매의 대를 이어 CJ그룹의 성장을 도모할 해주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다만 이미경 부회장의 문화경영 계보를 잇는 후계자로 주목받아 온 이 실장은 최근의 엇갈린 사업 성적 때문에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연스레 주변의 관심은 이 실장의 배우자인 정종환 총괄을 향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CJ ENM의 핵심 요직인 콘텐츠·글로벌사업 총괄에 임명되면서 아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이라는 기대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1980년생인 정 총괄은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기술경영 학사와 경영과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중국 칭화대 경영대학원(MBA)을 거쳤다. 씨티그룹 및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금융기업에서 실무 경력을 쌓은 뒤 지난 2010년 CJ제일제당 미국지역본부 본부장으로 입사해 해외 사업을 담당했다.
당시 정 총괄은 CJ제일제당이 진행한 미국 냉동식품 회사 슈완스컴퍼니의 인수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CJ를 떠나 CJ ENM 브랜드전략실로 자리를 옮긴 후 지난해 2월 콘텐츠·글로벌사업 총괄에 임명됐다. 정 총괄과 이 실장은 컬럼비아대학 동문으로 미국 유학시절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괄은 최근 CJ ENM 글로벌 콘텐츠 및 M&A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콘텐트·글로벌사업 부문은 예능 및 콘텐츠 해외 유통 등을 아우르는 CJ ENM의 중장기 성장 전략의 중심축으로 꼽힌다. 특히 CJ ENM이 글로벌 OTT 시장 및 IP 제작사들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는 가운데 정 총괄이 가진 국제 금융 및 M&A 네트워크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총괄의 사업적 행보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스튜디오 피프스시즌'이다. 스튜디오 피프스시즌은 지난 2022년 CJ ENM이 약 1조원을 들여 인수한 글로벌 드라마·영화 제작사로 정 총괄은 인수 초기 단계부터 깊이 관여하며 글로벌 콘텐츠 유통 전략을 실질적으로 주도해왔다. 정 총괄 취임 이후 스튜디오 피프스시즌은 글로벌 OTT 플랫폼과의 협업, 할리우드 명망 있는 크리에이터 및 제작진과의 협력, 국제적 투자 및 공동 제작 체계 구축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피프스시즌은 지난 2023년 12월 일본의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토호그룹'으로부터 원화 약 3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며 일본 콘텐츠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미국의 스트리밍 플랫폼인 '로쿠'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중남미, 호주 등으로도 시장을 늘려나가고 있으며 미국의 콘텐츠 제작사 'Sugar23'과 협력해 브랜디드 콘텐츠 공동 제작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미국 HBO, 애플TV+, 넷플릭스 등 주요 OTT 플랫폼과의 공동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으며 CJ ENM 산하의 스튜디오드래곤, 티빙과도 공동 기획·제작과 관련해 협업을 맺고 있다.
정 총괄과 더불어 컬럼비아대학 학맥도 이 실장의 부족한 부분을 매워줄 든든한 우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1985년생인 이 실장은 컬럼비아대학교의 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학위를 이수했다. 컬럼비아대학은 '오펜하이머'의 케이시 애플렉, '인셉션'의 조셉 고든레빗 등 현재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할리우드의 인기 배우들의 출신학교로 유명하다. 역대 최고의 코미디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덤 앤 더머' 감독의 피터 패럴리도 이 학교 출신이다. 특히 조셉 고든레빗은 이 실장과 같은 불문학과 출신으로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조셉 고든래빗의 배우자인 타샤 맥컬리는 챗GPT 제작사 오픈AI의 이사회 멤버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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