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우주항공청이 ‘라그랑주 4점(L4)’에 태양권 관측 탐사선을 보내는 일명 ‘L4 프로젝트’가 사업 초기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특히 관측지 선정, 사업 실효성, 부품 해외도입 문제 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1일 우주항공청은 ‘최초라는 이유로 무작정 도전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 31일자 ‘매일경제’ 보도에 대해 “L4 지점은 태양에서 나오는 유해한 입자를 조기에 관측할 수 있는 위치”라며 “우주인, 항공기 승무원, 인공위성, 통신, 지상 전력망 등에 영향을 미치는 태양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약 1조원 규모로 기획 중인 우주항공청의 라그랑주 4점 탐사 사업의 기획연구 수행처인 한국천문연구원이 핵심부품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겠다고 계획서를 냈으나 반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항공청은 한국천문연구원이 핵심 부품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겠다는 내용을 담아 제출한 연구용역 결과를 우주청이 반려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연구 주관기관은 천문연이 아닌 과학기술전략연구소”라고 전제하면서 “우주청은 달 궤도선 ‘다누리’ 개발 등 기존 성과를 통해 확보한 국내 기술 역량을 적극 활용할 계획으로, 독자 개발 가능한 탑재체는 국내 개발을 원칙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일부 최첨단 기술은 단순 구매가 아닌 국제 공동개발을 통해 국내 기술력 제고와 글로벌 협력 강화를 동시에 도모하고 있다”고 우주청은 밝혔다.
우주청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업 추진 발표 이후 제기된 실효성 논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L4를 탐사하는 배경에 대해 우주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L4는 5개의 라그랑주 점 중 하나로,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중력안정점이다. 이곳에 위성을 두면 연료를 많이 쓰지 않고도 오랜 기간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할 수 있어 우주의 휴게소이자 우주환경 예보를 위한 최적의 관측지로 알려졌다. 우주청은 이곳에 약 1조원을 들여 태양권 관측 탐사선을 2035년에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탐사선을 보낼 L4가 논란의 중심이다. 우주청이 L4가 태양에서 나오는 유해한 입자를 조기에 관측할 수 있는 위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우주전문가들 사이에서는 L5가 더 최적지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 우주전문가는 “L5 라그랑주 점은 지구보다 약 60도 앞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위치”라며 “태양이 약 27일 주기로 자전하는 만큼 L5 지점에서 태양을 관측하면 지구에서 아직 보이지 않는 태양의 뒷면을 미리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탐사선이 L5 지점에 있다면 태양의 유해 물질 방출원인 흑점이나 코로나 질량 방출(CME)과 같은 태양활동을 L4보다 약 3~5일, 지구보다 9일가량 정도 먼저 관측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조기 관측은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풍의 영향을 예측하고, 우주 날씨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L4 탐사선의 주요 부품을 해외에서 구매한다는 사업기획으로 방향성을 잃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우주청은 “우주청은 달 궤도선 ‘다누리’ 개발 등 기존 성과를 통해 확보한 국내 기술 역량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독자 개발이 가능한 탑재체는 국내 개발을 원칙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에 대해 김승조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는 “태양에서 방출되는 유해 입자나 흑점 폭발과 같은 현상은 L4보다는 L5에서 관측해야 조기 경보의 의미가 있다”면서 “관측지 변경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지나친 국내 개발은 경계했다. 그는 “우주산업 발전 측면에서 국내 개발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대신 추가 생산이 없어 산업 발전 효과가 낮다면 국내 개발보다 해외에서 구매하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