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31일(현지시간)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했다. 이 조치는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 통상협상의 결과를 반영한 맞춤형 관세율 부과의 일환이며 한국·일본·유럽연합(EU) 등과의 협상 타결국에는 15%로 조정된 관세가 적용된다. 해당 행정명령은 서명일로부터 7일 뒤인 8월 7일 0시 1분부터 발효된다.
백악관은 이날 발표한 부속 문서를 통해 총 68개국과 EU를 대상으로 한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공개했다. 한국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15%로 조정됐으며 일본과 EU도 동일한 세율을 적용받는다. 이는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발표한 25%에서 10%포인트 인하된 수치다.
한국은 2025년부터 미국 내 약 3,500억 달러(약 470조원) 규모의 직접 투자와 미국산 에너지(LNG) 수입 확대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미국 측의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냈고 결국 고율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있었다.
반면, 협상이 지연되거나 결렬된 일부 신흥국에는 고율 관세가 그대로 적용된다. 인도는 기존대로 25%를 유지했고 브라질은 기존 상호관세율 10%에 별도 행정명령을 통해 40%가 추가돼 총 50%의 초고율 관세가 부과된다.
베트남(20%), 필리핀·인도네시아(19%) 등도 미국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15%를 초과하는 관세율이 적용된다. 당초 32%의 고율을 예고받았던 대만은 이번 조정에서 20%로 낮아졌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무역량이 미미한 일부 국가는 이번 부속서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들 국가에는 일괄적으로 10%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은 별도의 행정명령을 통해 관세가 부과되고 있어 이번 목록에는 빠져 있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이 기존 다자간 통상질서에서 벗어나, 개별국과의 양자 협상을 통해 맞춤형 관세율을 결정하는 구조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일부 국가는 미국과 의미 있는 무역·안보 협정에 동의했거나 동의 직전에 있다"며 "국가별 상황에 맞춰 관세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적용된 관세 구조를 보면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국가는 평균 10~15%의 관세율을 적용받았으며 적자국일수록 15% 이상 또는 추가 관세가 더해지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번 관세 전환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고 분석한다.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과 LNG 수입 확대, 기술·산업 협력 로드맵 등을 내놓으며 미국의 통상·에너지 전략에 발맞췄기 때문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한국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감세와 통상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며 "이번 협상 결과는 향후 다른 국가들의 협상 전략에도 참고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관세율 조정이 공식화되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권한 자체가 미국 내에서 헌법 위반 논란에 휩싸여 있는 점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 연방법원은 행정부의 자의적 관세율 조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으며 현재 항소심 및 연방대법원에서 관련 재심이 진행 중이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법적 불확실성에 대비해 조용히 대미 외교 채널을 가동하면서도 필요 시 국제통상기구(WTO) 제소 등 다각적인 대응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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