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디지털 금융의 실행력’ 강화에 본격 나섰다. 지난 10년간 스타트업과 축적한 혁신 자산을 기반으로,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금융서비스의 구조를 전환하는 실행 중심 전략으로 진입했다. 자체 액셀러레이터인 ‘퓨처스랩’을 중심으로 현장형 협업을 지속해온 신한금융은 최근 AI를 축으로 한 초개인화 금융 플랫폼 실험을 본격화하고 있다.
◇협업은 끝나지 않았다…‘퓨처스랩 10년’의 구조적 진화
2015년, 금융권 최초로 액셀러레이터 ‘퓨처스랩’을 출범한 신한금융은 단순한 지분 투자나 기술 수용을 넘어, 그룹 내 실서비스 연계를 전제로 한 실행형 협업 모델을 구축해왔다. 은행·카드·라이프 등 주요 계열사와 스타트업 간 공동사업은 그 자체로 금융권 내 차별화된 자산이다.
2025년 6월 기준 퓨처스랩은 516개 스타트업을 육성, 1023억원의 투자, 320건의 협업 성과를 달성했다. 여기서 예비 유니콘 2곳, 아기 유니콘 29곳이 배출됐고, 생존율을 넘어선 실행력과 성장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이러한 실행 경험은 이제 AI 기반 금융 전략으로 연결되고 있다. GPT 기반 상담, AI PB, 보험금 자동지급 기능 등을 탑재한 ‘슈퍼SOL’ 앱은 혁신 자산이 실제 금융 플랫폼으로 이식된 대표 사례다.
◇기술에서 과제로…‘투자’ 아닌 ‘전략’으로 진화
신한금융의 스타트업 전략은 기술 트렌드 추종에 머물지 않는다. 2021년부터 SI 펀드를 활용해 그룹 전략과 연계된 구조적 투자에 집중했다. AI, 커머스, 자율주행, 중고차 플랫폼, 디지털 헬스케어 등 산업 전환 핵심 영역에 3794억원을 투입, 단순 기술이 아닌 문제 해결형 구조에 투자 방향을 맞췄다.
2024년부터는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문제 해결형 스타트업도 공식 육성 대상에 포함됐고, 최근에는 위치제어 로봇, 열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 하드테크 분야까지 투자 스펙트럼을 확장 중이다. 기술력보다 기술이 해결하는 구조적 과제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선택이다.
◇글로벌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전략 실행 무대’
신한은 2025년부터 ‘글로벌 트랙’을 신설, 일본과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정책·법제도·산업구조 맞춤형 현지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단순한 IR이나 네트워크 연결에 그치지 않고, 파트너 매칭과 실전 컨설팅, 사업화 멘토링까지 포함한 전주기 모델이다.
기존 퓨처스랩 출신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도 함께 지원하면서, 지속 가능한 글로벌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신한은 이를 통해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단순 ‘지원’이 아닌 전략적 해외사업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AI는 기술 아닌 실행 필수 도구…조직이 에이전트를 설계한다
신한금융의 디지털 전략에서 AI는 도입 대상이 아니라 업무 수행 방식 자체다. 1일 그룹 경영포럼에서 경영진 237명은 6주간 몰입 교육을 마치고 각자의 AI 에이전트(Agent)를 직접 설계하는 실습을 진행했다.
진옥동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술을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직접 실행해야 AI 시대의 리더가 될 수 있다”며 “신한만의 실행 DNA를 기반으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실현하는 초개인화 금융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부 영업점은 AI 브랜치로 전환, 실시간 상담과 자동화 서비스를 실험하고 있다. 이는 조직 전반에 AI를 통합하는 실행 구조 전환의 실험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 단순히 혁신 기술을 차용하지 않고, 금융 플랫폼 자체를 구조적으로 재설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이는 국내 금융사 디지털 전략의 중요한 참조 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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