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바르셀로나가 올여름 새로운 공격 자원으로 마커스 래시퍼드를 영입했다. 영입에 대한 찬반이 존재한다. 공격진 뎁스 강화를 위해 래시퍼드 합류를 환영하는 파가 있는가 반면 재정난으로 선수 등록 문제를 겪고 있는데 굳이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영입을 왜 진행했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한지 플릭 감독과 함께 트렌디한 전술 변화에 성공한 바르셀로나를 되짚어본다면 래시퍼드는 분명 활용 가치가 높은 자원이다. 래시퍼드 합류로 바르셀로나는 전방 파괴력을 증폭시킬 공격 옵션을 추가했다.
바르셀로나는 높은 점유율을 중시해 온 팀이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 시절부터 티키타카로 유럽 축구를 휩쓸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다. 현대적인 트렌드를 더하지 못한 바르셀로나는 지난 몇 시즌간 명성에 뒤떨어지는 성적을 냈다. 사령탑으로 돌아온 구단 전설 차비 에르난데스 감독의 실패가 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카타르 알사드에서 성공을 맛본 차비 감독은 2021-2022시즌 중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았다. 부임 첫 해 빠르게 팀을 수습해 리그 2위로 시즌을 마쳤고 2년 차에는 레알마드리드를 제치고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유럽 무대에서는 부진했다.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탈락, 2023-2024시즌 8강 파리생제르맹(PSG)전 합계 3-7 대패 등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엄격한 포지셔널 플레이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전술을 시도했지만, 카타르 리그에서의 성공을 유럽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전술 완성도와 선수단 구성 모두 한계가 있었다. 결국 차비의 바르셀로나는 2년 6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바르셀로나는 구단 역사에 남을 변화를 택했다. 2024-2025시즌을 앞두고 독일인 사령탑 한지 플릭 감독을 선임했다. 파격적인 인사였다. 플릭 감독은 바이에른뮌헨 재임 시절 2019-2020시즌 트레블을 달성하기도 했지만 이후 부임한 독일 대표팀에서 자국 역사상 처음으로 중도 경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직전 실패가 워낙 컸기에 약 1년 6개월 동안 재야에 있었다.
그러나 현 시점 플릭 감독과 함께 바르셀로나는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시즌 플릭 감독은 차비 체제에서 행한 포지셔널 플레이를 내려놓고 창의적이고 속도감을 더한 자유로운 포지션 스위칭을 강조했다. 플릭 감독의 결정은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냈다. 현 바르셀로나 선수단과 전술이 완벽히 들어맞은 것이다.
지금 바르셀로나에는 야말을 제외하면 과거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처럼 공을 오래 끌며 좁은 공간을 헤집을 수 있는 공격 자원이 부족하다. 하지만 외려 오프 더 볼 움직임을 통해 좀더 직접적으로 박스 안을 타격할 수 있는 자원이 대거 포진해 있다. 하피냐, 다니 올모 등 대부분 이러한 유형이다.
플릭 감독은 이들에게 고정적인 위치보다 공간을 찾아 자유롭게 움직일 것을 지시했다. 예로 야말이 공격을 전개하면서 상대 수비의 주위를 끌면 그 배후로 레반도프스키, 하피냐, 올모 등 득점력을 갖춘 자원이 쇄도한다. 라리가에서만 102골을 넣은 바르셀로나는 리그 우승은 물론 코파 델 레이,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까지 차지하며 7년 만에 국내 대회 3관왕에 올랐다. UCL 무대에서도 4강에 오르며 유럽 무대 경쟁력을 확인했다.
새로워진 바르셀로나는 성공가도를 더욱 오래 달리고 싶어한다. 재정 위기로 선수 영입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전력 보강을 위해 신중한 선택이 필요했다. 플릭 감독은 야말에게 집중된 측면 공격 부담을 덜기 위해 왼쪽 측면 공격수를 눈여겨봤다.
바르셀로나의 선택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대표 문제아 래시퍼드였다. 래시퍼드는 2022-2023시즌 공식전 30골을 넣으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단발성 성공이었다. 귀신같이 경기력이 떨어졌고, 지난 시즌에는 불화설 등 경기 외적인 태도 논란도 일으켰다. 결국 래시퍼드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축구 인생 처음으로 맨체스터를 떠나 애스턴빌라로 임대 합류했다. 새 둥지에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고액 연봉자라는 꼬리표가 완전 이적에 발목을 잡았다.
바르셀로나가 낙동강 오리알이 될 뻔한 래시퍼드에게 손을 내밀었다. 래시퍼드는 주급 일부 삭감에도 동의할 뜻을 밝히며 바르셀로나 러브콜에 고개 숙여 응답했다. 바르셀로나 역시 삭감한 주급 100%를 부담하기로 합의하면서 임대 영입으로 그를 품었다.
이미 연봉 총액이 꽉 찬 바르셀로나이기에 래시퍼드 이후 추가 영입은 어렵다. 그렇다면 왜 바르셀로나는 소중한 기회를 불확실한 래시퍼드에게 투자했을까. 현 플릭 체제 바르셀로나는 래시퍼드가 부활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플릭 체제의 바르셀로나는 공수 전환 상황에서 상대 급소를 찌르는 매서운 역습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야말에게 공을 주고 다른 선수들이 뛰어들어가는 속공 패턴은 래시퍼드의가 잊었던 득점 본능을 깨우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시즌 하피냐가 비슷한 방식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플릭 감독은 하피냐에게 공간 침투와 다이렉트 마무리에 집중하는 역할을 부여했고 공식전 34골 22도움이라는 엄청난 공격 포인트를 결과로 낳았다.
래시퍼드에게도 마찬가지다. 반대 측면에 유럽 최고의 드리블 능력을 보유한 야말이 있기에 래시퍼드는 직접 돌파 부담을 덜고 장점인 스피드를 살린 침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부여받는다. 상황에 따라 야말에게 쏠린 압박도 덜어줄 수 있다. 야말 같은 드리블은 아닐지라도 래시퍼드 역시 공간만 있다면 언제든 위협적인 돌파를 시도할 수 있는 자원이다. 양쪽 측면을 모두 견재해야 상대 입장에서 90분 내내 두 곳을 동시에 틀어막기는 역부족이다.
래시퍼드의 성공 가능성은 프리시즌을 통해 점차 증명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비셸 고베와의 친선 경기에서 33분 출전한 래시퍼드는 왼쪽 측면을 누비며 활발한 경기 참여도를 보였다.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FC서울과의 경기에서도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돼 스피드를 살린 간결한 드리블로 서울 측면 공간을 계속 공략했다. 경기 종료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플릭 감독은 “아쉬운 장면도 있었지만 가비, 래시퍼드 등이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좋다”라며 래시퍼드에 대해 일정 부분 만족감을 밝히기도 했다.
바르셀로나에게 래시퍼드는 재정난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다. 이미 완성도 높은 전력을 갖춘 바르셀로나이기에 래시퍼드가 1인분만 할 수 있다면 팀 공격력은 배가될 여지가 충분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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