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정성호 장관 '1호 지시' 후속조치…공소유지 목적 직무대리 불허
'1일 직무대리' 상시활용 제한하고 전문분야·민생범죄 등만 예외적 허용
"확증편향 없는 공판검사가 객관적인 공소 유지"…'검찰 힘 빼기'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법무부가 재판 수행만을 위한 목적으로 편법적인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타 검찰청 사건에 관여해온 검사들의 신속한 원대복귀를 지시했다.
향후 상시 직무대리를 제한하고, 주요 민생범죄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일시 직무대리를 허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는 공소 유지 목적의 직무대리를 제한하겠다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1호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다.
법무부는 1일 "수사·기소 분리' 원칙과 '범죄로부터 국가·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검찰권 행사'라는 두 가지 가치를 합리적으로 조화시켜 공소 유지 목적의 직무대리 제도를 운용하도록 지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소는 형사사건의 판결을 구하는 검사의 소송 수행 행위를 말한다. 법체계상 국가형벌권 실현을 위해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만이 혐의자를 형사재판에 소추(회부)하는 공소 제기, 즉 기소를 할 수 있다. 따라서 공소 제기에 이어 유지도 검사가 맡게 된다. 형사 공판은 이런 점에서 민사 재판과 구조가 서로 다르다.
공소 유지 목적의 직무대리란 다른 검찰청으로 인사 발령이 났음에도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기존 검찰청에 계속 근무하거나, 기존 청에 있을 때 수사한 사건의 재판기일마다 매번 공판에 출석, 관여하는 것을 말한다.
법무부는 구체적으로 먼저 장기간 직무대리 중인 검사들에 대해 신속하게 사건 공판 업무를 인수인계한 후 소속 검찰청에 복귀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1일 직무대리' 방식으로 타청 재판에 관여하는 검사들의 상시적인 직무대리를 제한하고, 주요 민생침해범죄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일시적으로 직무대리를 허용하기로 했다.
예외적 경우로는 ▲ 성범죄, 아동학대 및 강력범죄 사건에서 신뢰 관계가 형성된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이 필요하거나 피해자 측의 요청이 있는 경우 ▲ 대형참사 등 다중피해 사건에서 피해자, 유족의 재판 진술권 보장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 전문적인 기술 또는 금융·증권·조세·중대재해처벌법 등 전문 분야의 법리적인 쟁점에 대한 의견진술이 필요한 경우 ▲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 등이 명시됐다.
앞서 정성호 장관은 취임 당일 '1호 지시'로 타청 소속 검사의 직무대리 발령을 통한 공소 관여 적정성 검토를 주문한 바 있다. 이날 지시는 그 후속 조치다.
정 장관은 취임 하루만인 지난달 22일 직무대리 신분으로 다른 검찰청 사건 재판의 공소 유지에 관여해왔던 검사들을 전수조사해 복귀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통상 1∼2년 단위로 인사 발령을 통해 보직을 옮기지만, 중요 사건의 경우 수사 검사가 타지로 전보된 후에도 직무대리 발령으로 직접 공판에 관여하는 '직관'을 통해 기소 사건의 유지·관리를 해왔다.
그러나 이는 작년 11월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성남지원 재판부가 문제로 삼으면서 논란이 됐다.
재판을 맡은 허용구 부장판사는 당시 "직무대리 발령은 검찰청법 제5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돼 위법하다"며 직무대리 검사의 퇴정을 명령했다.
이에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검찰 공소 유지에 중대한 지장을 가져오고 심각한 재판 지연을 초래할 위법한 명령"이라고 반발하며 허 부장판사에 대해 기피신청을 내며 충돌했다. 기피신청은 이후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부가 수사·기소 분리를 뼈대로 하는 검찰개혁을 앞두고 사실상 '검찰 힘 빼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검사들의 공판 직관을 막아 결과적으로 검찰의 공소 유지 역량을 약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형 공직부패·기업비리·선거사범 등 중요 사건의 경우 수사 검사가 해당 사안을 가장 정확히 알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재판만 맡는 공판 검사의 재판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는 "이번 지시는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 조치의 하나로, 수사 과정에서 형성될 수 있는 확증편향과 거리를 둔 공판 검사가 객관적인 관점에서 공소 유지를 하도록 한 것"이라며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실현하면서도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데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무대리 검사 소속 청의 업무 과중, 그로 인한 민생 침해사건 처리 지연 등의 문제점도 함께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법무부는 "앞으로도 수사·기소 분리를 지속적으로 실현하면서 검찰의 범죄 대응 역량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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