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GA' 패널 한 장이 만든 기적…한미 조선동맹, 외교 무대서 '게임 체인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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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GA' 패널 한 장이 만든 기적…한미 조선동맹, 외교 무대서 '게임 체인저'로

폴리뉴스 2025-08-01 11:16:37 신고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내용이 담긴 패널 옮기는 한국 협상단의 모습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내용이 담긴 패널 옮기는 한국 협상단의 모습 [사진=산업통상자원부]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한미 통상 협상의 물밑에서 조선 산업 협력이라는 핵심 의제가 부상하는 데에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도구 하나가 있었다. 바로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슬로건과 이를 시각화한 한 장의 패널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이 프로젝트는 복잡한 보고서나 장문의 설명보다 직관적인 메시지를 통해 미국 협상단의 마음을 움직였고 실제 협상 판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MASGA'는 단순한 약자가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징적 구호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패러디해 '미국 조선산업의 재건'이라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담아낸 전략적 슬로건이다. 산업부 조선해양플랜트과 김의중 과장과 이디도 팀장을 비롯한 실무진은 수개월에 걸쳐 미국 측을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네이밍을 고민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MASGA'였다.

초기엔 'KORUS Partner-Ship'과 같은 중립적이고 원론적인 이름도 논의됐지만 트럼프 진영의 정치적 코드와 정서를 고려해 보다 직관적이고 인상적인 'MASGA'가 최종 낙점됐다. 실무진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붉은색 바탕에 흰색 문구가 박힌 'MASGA 모자'까지 제작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평소 자주 착용하던 MAGA 모자와 동일한 디자인이다.

이 모든 구상의 결정적 분기점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방미 전날, 김 장관은 "미국을 설득하려면 복잡한 설명이 아닌, 한 장의 그림이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이에 실무진은 에어컨조차 꺼진 세종청사 사무실에서 밤샘 작업에 돌입했고, 결국 한 장의 1㎡ 크기 패널을 완성해냈다.

이 패널에는 한미 양국의 조선소 위치와 생산능력, 현재 건조량, 기술 수준, 그리고 'MASGA'를 통한 미래 투자 및 고용 창출 규모까지 다이어그램 형태로 일목요연하게 표현됐다.

현지 도착 후 협상단은 본국에서 전달받은 파일을 워싱턴 DC에서 출력해 스티로폼 패널로 제작했다. 외부 노출을 피하기 위해 호텔 식탁보로 덮은 채 조심스레 미 상무부 청사로 옮겼다. 실물 크기의 패널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였다. 무거운 자료 대신 한눈에 들어오는 데이터와 구호가 핵심이었다.

협상장에 도착한 협상단은 회의 시작과 함께 식탁보를 벗겨 패널을 공개했다. 예상대로 미국 측의 시선이 집중됐다. 김 장관이 조선 산업 협력 모델을 조목조목 설명하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즉석에서 "Great Idea(훌륭한 아이디어)"라는 반응을 내놨다. 그 한마디가 협상 전반의 분위기를 단숨에 전환시켰다.

당초 조선 협력 이슈는 협상 의제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MASGA' 프로젝트가 강한 인상을 남기며 핵심 의제로 격상됐다. 통상 당국 고위 관계자는 "러트닉 장관이 이후 협상단을 뉴욕 자택으로 직접 초청하는 등 협상 열의가 급격히 고조됐고 합의 논의가 빠른 속도로 진전됐다"고 전했다.

'MASGA'는 단순한 외교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부는 이를 기반으로 미국 내 조선 인력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설계했다. 이름하여 'Shipbuilding Master Academy(쉽빌딩 마스터 아카데미)'. 미국 현지에서 한국 조선사의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인력 교육 프로그램으로 실습과 취업 연계까지 포함한 종합 시스템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내 조선 기술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시장에 전략적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국내 조선업계는 "MASGA를 통해 조선 기술력과 시스템 수출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국제 협상에서 시각적 메시지의 중요성을 새삼 부각시켰다. 대량의 문서나 복잡한 수치를 나열하기보다 한눈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략이 더 강력한 설득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외교 소식통은 "그림 한 장과 슬로건 한 줄이 외교 지형을 바꾼 상징적인 사례"라며 "전통적인 협상 방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MASGA는 한미 조선 산업 협력을 넘어 외교, 통상, 고용, 교육을 포괄하는 종합 파트너십의 서막을 열었다. 그 시작점에는 단 한 장, 1㎡의 전략 패널이 있었다. 정치적 감각과 산업 전략, 외교적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물린 한 줄의 문장(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이 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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