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가운데, 드라마나 영화뿐 아니라 'K-방송포맷'이 새로운 글로벌 산업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해외 유명 포맷을 수입해 제작하던 한국 방송계가 이제는 독창적인 기획력을 바탕으로 자체 포맷을 개발하고 수출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개최한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K-방송포맷 산업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펼쳐졌다.
지난 7월 31일, 서울 광화문 CKL스테이지에서 '2025 K-방송포맷 산업 세미나'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콘진원이 주최하고 포맷산업협의회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K-방송포맷의 글로벌 진출 전략과 정책제언'을 부제로 내걸고, 국내외 포맷 산업 관계자 약 7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한국 방송포맷의 해외 진출 성과를 공유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을 모색했다.
세미나의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디턴 박원우 대표는 콘진원의 국제공동제작 지원을 통해 일본 ABC프론티어와 공동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 '총백쇼'의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총백쇼'는 참가자들의 나이 합이 100세가 넘어야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독특한 콘셉트로 MBN 방영 당시 2.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박 대표는 기획 단계부터 해외 방송사와 협력하는 방식을 택해 지식재산(IP) 권리 분배를 명확히 했으며, 현재 유럽, 미국, 동남아시아 등으로의 포맷 유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썸씽스페셜 김인순 부사장은 방송포맷랩 운영을 통해 축적된 기획·개발 성과를 공유하며, 한국형 예능 포맷이 미국, 유럽 제작사와 공동 개발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김 부사장은 '언포게터블 듀엣', '스틸 얼라이브' 등 방송포맷랩을 통해 개발된 사례를 언급하며, 신규 IP 포맷을 확보하고 자산화하는 데 있어 방송포맷랩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개발 완료된 포맷의 유통을 지원하는 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정책적 제언을 덧붙였다.
포맷산업협의회 허정숙 회장은 리얼리티 경쟁 예능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허 회장은 OTT 플랫폼의 확산으로 방송 콘텐츠 제작, 유통, 소비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포맷 교역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양한 장르의 매력적인 포맷 개발은 물론, 정부와 창작자가 긴밀하게 협력하여 전략적 마케팅을 적극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행된 패널토의에서는 방송통신대학교 이성민 교수를 좌장으로, 박원우 대표와 허정숙 회장을 비롯해 MBC 문형찬 프로듀서, JTBC 예능스튜디오 스튜디오아예중앙(SAY) 황오영 국장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K-방송포맷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획, 개발, 제작, 유통에 이르는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콘진원의 지원을 받은 작품들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작년 제작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완성된 '언포게터블 듀엣', '미싱', '에너미X' 등은 방영 이후 큰 관심을 얻었다. 특히 '총백쇼'는 일본 ABC TV 방영에 이어 브라질, 프랑스, 미국 등 주요 국가 방송사와 포맷 판매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K-포맷의 가능성은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올해 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5 밉런던 쇼케이스'에는 국내 제작사 9곳이 참가해 신작을 선보였으며, 전 세계 36개국 바이어를 포함해 총 254명이 참석했다. 특히 라이언스게이트,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아이티브이 등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들이 K-포맷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콘진원 유현석 원장직무대행은 "K-방송포맷은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IP로 자리 잡고 있다"며 "기획부터 공동제작, 쇼케이스, 글로벌 유통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맞춤형 지원을 통해 K-방송포맷의 해외 진출 기반을 더욱 확고히 다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K-방송포맷의 성장은 한국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고 있다. 다만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기획력과 제작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IP 보호와 체계적인 유통 시스템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남아있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협력하여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노력이 앞으로의 K-방송포맷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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