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정치권의 입법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 이후 여·야 모두 발 빠르게 입법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슈 선점을 의식한 과잉 입법이 오히려 시장 혼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과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각각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디지털자산의 법적 정의를 담은 ‘디지털기본법’을 발의한 데 이어, 두 의원의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을 명시하고 발행·유통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공통적으로 △금융당국 인가제 도입 △발행사 자기자본 50억원 이상 요건 △예금·단기채 100% 이상 예치 의무 등의 조항이 담겼다. 이는 사고 발생 시 이용자 자산 보호를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세부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다. 안 의원의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안’은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을 금지하고 있다. 안 의원은 “초기 단계에서 통화를 과도하게 대체하면 안 된다”며 “투자 상품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은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치고정형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지급 혁신에 관한 법률안’은 이자 지급을 허용해 시장 활성화와 글로벌 확장성을 유도하는 방향이다. 김 의원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이자 지급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도 스테이블코인을 규정한 ‘디지털자산혁신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 법안은 당초 이달 중 발의가 예정돼 있었으나, 업계와 정부 간 이견 조율을 위해 일정을 늦춘 상태다.
특히 이번 법안 발의가 그동안 가상자산을 주도해 온 정무위원회가 아닌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나왔다는 점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 원은석 이사장은 “법안이 다수 발의된다는 건 입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다는 의미”라며 “다양한 목소리가 담기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법안 처리는 정무위원회가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는 기획재정위원회(안도걸 의원), 국토교통위원회(김은혜 의원) 소속 의원들이 법안을 낸 상황이라, 정무위 소속 의원들의 적극적인 발의가 있어야 실질적인 조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야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발의 내용이 대동소이한 만큼 연내 법안 처리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슈 선점을 의식한 과잉 입법 경쟁을 경계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이자 지급 허용 여부나 자본금 요건 등 업계에서 주목하는 사안에 대해 법안마다 기준이 달라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이슈 선점용이 아닌, 제도 설계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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