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서울 내 ‘최상급지’ 압구정 가로수길의 침체가 심상치 않다. 상가 공실률이 40%를 웃도는 상황이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서울의 전체적인 임대료 상승 등으로 인해 긴 ‘침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1일 찾아간 현장엔 가로수길의 옛 영광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압구정현대고등학교 인근에서 시작되는 도로 초입부터 대부분 상가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길의 중반쯤엔 차도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줄지어 정차돼있었다. 상가에 가게가 입점해 있었다면 가게 관리자에게 진작 내몰렸을 행렬이다.
한 점포 걸러 공실이 하나씩 이어졌다. 문을 연 점포도 있었지만 이용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날 서울을 덮친 폭염에 가로수길은 더욱 한산해 행인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인근에서 영업중인 공인중개사는 “지금 가로수길 공실률이 40%를 넘어간 지 2년이 돼간다”며 “요즘은 가로수길 수요가 ‘세로수길(강남대로 156길 일대)’로 분산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국과 서울의 평균 공실률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2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중대형 상가와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각각 13.4%, 7.5%다. 서울은 중대형 8.7%, 소규모 5.1%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어 온라인의 ‘벽’ 넘지 못한 가로수길
한때 ‘트렌드 세터’들의 성지로 자리 잡았던 가로수길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온라인 쇼핑몰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현재의 장기 침체에 이르렀다.
공인중개사는 “20년 팬데믹 때부터 치솟은 공실률이 현재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서울 리테일 보고서’에 따르면 약 20%를 웃돌던 가로수길의 공실률은 2021년 1분기를 기점으로 폭등해 같은 해 4분기엔 30% 후반까지 치솟았다.
이커머스(E-Commerce)의 파도 역시 가로수길 공실률 상승에 한몫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침체 이전 가로수길은 주로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해 넘쳐나는 방문객들로 호황을 누렸다.
상가 임대료 지속 상승…침체 극복 요원
이런 가운데 서울지역 상가 임대료는 여전히 상승하고 있어 가로수길의 장기 침체는 쉽사리 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 중대형·소규모 상가의 임대료는 2024년 3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현재 강남권 중대형 상가의 임대료 변동 추세를 나타내는 임대가격지수는 101.5로 전분기 대비 0.24 상승했고, 소규모는 101.7로 0.25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가로수길의 임대료도 평당 7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공인중개사는 “한때 평당 100만원 이상이었던 임대료를 생각하면 지금은 많이 내려갔지만 여전히 서울 안에서도 비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임대료는 건물 가격과 연계돼있어, 건물가격 하락을 우려한 건물주가 임대료를 낮추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한동안 가로수길의 ‘공실 사막’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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