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안에서 돌보고 즐기는 증평 온마을돌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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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에서 돌보고 즐기는 증평 온마을돌봄센터

더리더 2025-08-01 09:06: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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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세상을 바꾸는 정책]단순한 돌봄 넘어 삶의 활력 찾아 드리는 ‘사랑방’ 자리매김



“이 나이 먹으면 집에서 할 게 없어. 온마을돌봄센터에서 글 공부도 시켜주고 미술도 가르쳐주니 고맙지. 다 같이 모여서 공부하고 있으면 옛날 어렸을 때 생각도 나고 좋아.”

지난 7월 15일 충북 증평군 용강3리 온마을돌봄센터에서 진행된 문해 수업에 참여한 구순회 어르신(80세)이 들뜬 얼굴로 말했다. 온마을돌봄센터는 증평군의 마을 거점형 돌봄시설로, 어르신을 대상으로 여가프로그램 및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업시간인 오후 3시가 가까워지자 책가방을 멘 어르신들이 하나둘씩 온마을돌봄센터로 들어섰다. 온마을돌봄센터에 상주하는 한지현 온마을돌봄사는 센터를 찾는 어르신들을 한 분씩 챙기며 안부를 묻고 필요한 것은 없는지 챙겼다. 그는 ‘저번에 고쳐드렸던 냉동실은 잘 돌아가는지’, ‘저번에 알려드린 휴대전화 기능은 잘 사용하고 계시는지’ 등 작지만 생활에 꼭 필요한 부분을 확인했다.

“차렷, 경례.” 반장 어르신의 인사로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수업은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단어를 읽고 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받아쓰기와 숙제 검사도 이어졌다. 빠르지 않지만 정확하게 한 글자씩 선생님을 따라 읽는 어르신들의 목소리에 진지함이 묻어났다.


같은 날 화성2리 경로당에서는 목공예 수업이 열렸다. 목공예 수업은 ‘찾아가는 온마을돌봄센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도움을 주는 지역 봉사단체 ‘나무그늘’이 재능기부로 수업을 진행했다. 군은 온마을돌봄센터가 위치한 화성3리까지 방문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인근 마을 경로당을 활용해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열심히 손을 움직여 나무 서랍을 사포질하고 페인트를 칠했다. 과정 하나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다. 목공예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운자 어르신(75세)은 “온마을돌봄센터가 생기며 동네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이는 것 같다”며 “목공도 하고 화분이나 비누도 만드니 재밌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문을 연 창동리 개나리어울림센터 온마을돌봄센터에서는 뜨개질 수업이 한창이었다. 강사의 지도하에 어르신들이 서로 짝을 지어 뜨개 방법을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어르신들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동네 이웃을 사귀게 됐다.

개나리어울림센터 온마을돌봄센터에서 근무하는 이예진 온마을돌봄사는 “노인복지관이 외진 곳에 위치해 어르신들이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온마을돌봄센터가 생기면서 어르신들의 여가활동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게 됐다”며 “즐길거리 제공뿐만 아니라 어르신 상담이나 스마트폰 조작 등을 알려드리고 있다”고 했다.

마을 곳곳에서 여가활동을 하고 일상의 세세한 부분을 보살피는 돌봄. 온마을돌봄센터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지역돌봄, 온마을돌봄센터


충북 증평군은 익숙한 환경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은 어르신들의 욕구에 주목, ‘온마을돌봄센터’를 구축했다. 온마을돌봄센터는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은 물론 복지서비스를 안내받고 지역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군 관계자는 “단순히 돌봄을 받는 곳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결되고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라며 “증평형 노인복지모델의 중심에 온마을돌봄센터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시범적으로 운영된 온마을돌봄센터는 현재 △증평읍 용강3리 △도안면 화성3리 △창동리에 위치해 있다. 마을 내 유휴공간이나 경로당 등을 활용해 어르신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어르신들은 “삶의 활력소가 생겼다”며 프로그램을 반기고 있다. 작년 사업 초기 이용자 수는 112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2월 말 기준 371명으로 6개월 사이 231% 이상 증가했다.

온마을돌봄센터가 기존 경로당이나 돌봄시설과 다른 점은 ‘마을 중심의 통합적 접근’에 있다. 정형화된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 △생활 여건 △개인 욕구 등을 반영한 1:1 맞춤형 돌봄계획을 실행한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건강관리나 정서적 고립을 온마을돌봄센터가 파악해 복지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다.

그 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온마음돌봄사’다.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자격을 갖춘 온마음돌봄사가 센터에 상주하며 어르신들의 돌봄 욕구나 필요사항을 점검한다. 어르신들이 복지기관을 직접 찾아야만 했던 기존 체계와는 다르게 온마음돌봄사가 마을 내에서 종합 지원을 하는 게 특징이다.

온마을돌봄사는 어르신들이 인지하지 못한 불편함을 파악해 복지서비스와 연계하기도 한다. 군 관계자는 “한 어르신 댁의 현관 앞 계단이 너무 높아 이용하기 어려워 보였는데 정작 어르신은 ‘이 정도는 괜찮다’고 하셨다.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연계해 경사로를 설치해드리니 ‘다리가 훨씬 덜 아프고 너무 편하다’고 만족해하신다”고 했다.

온마을돌봄사 근무시간 외에는 ‘마을 도우미’가 마을 공동체 돌봄 네트워크를 만든다. 각 마을의 이장님이나 청장년층 주민들을 중심으로 어르신들을 돌볼 수 있는 비상 연락체계와 돌봄 연계망을 운영하는 것이다.

증평군 관계자는 “온마을돌봄센터는 단순한 시설이 아닌 지역 맞춤형 복지 허브”라며 “마을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돌봄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식물 재배·목공예…무료함 줄이는 프로그램으로 삶의 질↑


온마을돌봄센터에서는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화투를 치거나 TV를 보는 대신 본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도자공예 체험, 뜨개 수업, 문해교육, 장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하다. 창동리 개나리어울림센터 온마을돌봄센터의 뜨개수업에 참여한 한 어르신은 “평소 같았으면 집에서 잠을 자거나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을 텐데 센터에 나와 뜨개수업을 받으니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여가문화 프로그램은 협력기관과 연계해 기획·제공한다. 문해교육과 뜨개교실은 평생교육사업과, 목공예수업은 지역 내 봉사단체와 연계하는 등이다. 지역사회의 재능기부 봉사단체들도 활발히 활동한다. 봉사에 참여한 한 재능기부자는 “작은 재능이 어르신들에게 큰 기쁨이 될 줄 몰랐다”며 “오히려 더 큰 보람과 감동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어르신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의료 관련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병원을 자주 찾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기초 건강 체크, 식생활 교육, 전문가 상담 등이 진행되고 있다.

생산적 공동체 활동도 어르신들에게 인기다. 지난해 온마을돌봄센터의 어르신들이 함께 콩나물을 재배해 관내 복지시설에 기부했고, 지역 버섯농업회사의 후원을 받아 표고버섯을 재배해 판매하기도 했다. 생산적 공동체 활동은 단순한 일감 제공을 넘어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증평군 관계자는 “마을 내 유휴 비닐하우스를 활용해 마을 자체사업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촘촘한 어르신 돌봄망 구축에 나설 것”


올해 증평형 노인복지모델은 양적·질적 성장에 나선다. 지난해에는 각 센터가 1개 마을만 담당했던 반면, 올해는 3개 센터가 총 8개 마을을 관리한다. 8개 마을에서 ‘찾아가는 온마을돌봄센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온마을돌봄사의 방문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보건의료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어르신들의 약물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찾아가는 방문 약(藥)손 교실’을 하반기부터 진행한다. 이와 더불어 시범마을 중심으로 제공했던 1:1 맞춤형 복약 지도와 복약 교육 프로그램을 시범마을 외 지역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공동체 강화에도 힘을 싣는다. 마을 내에서 어르신을 돌보거나 교육할 수 있는 주민을 발굴해 재능기부 형식의 공동체를 조성하고, ‘우리 마을 돌봄사’(가칭) 운영을 통해 일상생활 지원과 상호 안부 확인이 가능한 마을 돌봄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재영 증평군수는 “단순한 돌봄 서비스를 넘어 어르신들이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별화된 노인복지모델을 구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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