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딜라이브는 대형 통신사가 80% 이상을 장악한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서 전문 케이블TV 사업으로만 홀로 생존해오고 있는 기업이다.
딜라이브의 실적은 케이블TV 산업의 악화와 궤를 같이하며 10여년간 계속 내리막세다. 특히 올해가 고비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2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한데다가 매출은 3597억원으로 전년 대비 37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영업비용은 3619억원(2023년 3948억원)으로 매출 감소폭보다 적다. 수익은 줄었는데 지출은 그만큼 줄이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사업 여건 악화로 고정비 부담도 커졌다. 2023년 기준 상품원가는 625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방송 제작비 역시 9억원에서 15억원으로 늘었다. 딜라이브는 소모품비와 영업대행수수료 등을 줄이며 대응했지만 업계 전반의 구조적 침체를 피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케이블TV에서 인터넷TV(IPTV)로, 이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산업의 주도권이 바뀌면서 이통3사 계열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 KT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은 각각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중계, 렌털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딜라이브는 지역 유선 가입자 기반 케이블TV 모델에 머물러 있다. 자체 모기업의 자본력 없이 외부 조달 자금에 의존해 운영되는 구조상 위기 극복이 더 어렵다.
이런 까닭에 딜라이브는 ‘인수금융 실패’의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펀드는 2008년 KCI라는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딜라이브를 2.2조원에 인수했지만 매년 1600억원 규모의 이자 부담 탓에 실적 개선은 실패로 돌아갔다. 2012년, 2016년 두 차례 리파이낸싱에도 금융비용은 줄지 않았고 2020년 채권단이 1조원을 영구채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매각도 쉽지 않았다. KT,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등에 수차례 매각이 시도됐지만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던 높은 몸값과 구조적 한계로 인해 번번이 무산됐다. 다른 케이블TV 사업자들이 통신사 품에 안겨 변화에 적응한 반면 딜라이브는 독립 SO로 남아 구조조정이나 사업 다각화도 제한적이었다.
딜라이브의 재무건전성도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는 6454억원, 부채총계는 6244억원으로 부채비율이 96%에 달한다. 자본총계의 경우 2019년 3333억원에서 2020년 2391억원, 2021년 1595억원, 2022년 898억원, 2023년 537억원으로 급감하고 있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3956억원 많아 유동성 위험도 크다. 감사보고서에 ‘계속기업 불확실성’까지 언급된 상황이다.
딜라이브 측은 “케이블TV 업황 악화로 발생한 영업권손상차손 탓에 재무지표가 나빠진 것일 뿐 실질적 현금 유출은 없다”며 “별도 기준 차입금도 2020년 4125억원에서 지난해 3065억원으로 줄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장 평가는 냉정하다. 업계 전반의 구조 변화 속에서 생존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채 고금리 차입 부담과 실적 부진이 겹친 딜라이브는 반등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가 IPTV와 결합 서비스를 강화하며 유료방송 시장을 재편한 가운데 딜라이브처럼 케이블TV에 주력하는 사업자의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에게도 딜라이브는 예외적인 사례로 남았다. 그간 다수의 투자기업을 성공적으로 매각하며 수익을 냈지만, 딜라이브는 출자전환 이후에도 회수 전략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MBK가 빠져나가지 못한 유일한 실패작”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