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지자체판 '나는 솔로'가 놓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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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지자체판 '나는 솔로'가 놓친 것들

이데일리 2025-08-01 0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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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은 스페셜 스페이스 대표] 미혼 청년의 새로운 만남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발 프로그램이 인기다.



서울시 ‘설렘 인(in) 한강’, 경기 성남시 ‘솔로몬의 선택’, 전남 나주시 ‘솔로엔딩, 해피엔딩’ 등 2022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추진한 지자체 소개팅 프로그램은 전국 42개로 조사된 바 있다. 이런 지자체들의 참신한 시도는 단순 소개팅 자리를 넘어 결혼 및 출산 장려 정책과의 연계, 지역 특색 및 젊은 세대 관심사를 살린 기획, 민간 기업 및 종교계와의 매칭 등 차별화한 프로그램으로 진화하며 저출산 해법의 돌파구로서 발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달 25일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결혼 만남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 담당자와 정책간담회를 열고 제도개선 사항을 공유하기도 했다. 낮은 혼인율과 출산율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바람이 빚은 풍경일 것이다.

이와 같은 지자체발 소개팅 프로그램은 코로나19 이후 청년 간 만남의 기회가 줄어들고 청년 고립, 혼인율 및 출생률 저하 등 인구 문제가 가속하는 구조적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자체는 ‘소개팅 주선자’로서, 정책은 ‘사회적 연결의 인프라’로서 의미 있는 역할과 기능을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간 정책은 통상적으로 다음의 의미를 지녔다. 공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결정하는 방침. 그러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결혼 만남 사업은 기존 정책의 의미에 ‘신뢰’와 ‘연대’를 더해 ‘관계 인프라’, ‘사회적 자본’을 지원하는 영역으로 기능을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비판적 시각도 명확하게 존재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입 대비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연결의 장’이라는 의미가 숫자상으로 확대됐을 뿐 결혼과 출산이라는 인구 구조 개선 측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년 세대가 결혼을 꺼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만남의 기회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결혼이라는 경제적·사회적 무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결혼과 동시에 마주하게 되는 주거비, 양육비, 경력 단절 등의 노동 안정성에 대한 부담 등 복합적인 구조적 요인을 차치할 수 없다. 과거 ‘만남-결혼-출산’이라는 원활한 이행 공식에 기반한 정책 설계는 이제 단선적인 인과 관계의 경로에 지나지 않는다.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는 정책이 아닌 생계를 원활하게 지속할 수 있는 삶을 위한 고용·주거·돌봄 생태계 구축에 힘을 싣는 ‘생활 기반 정책 설계’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 정부가 개입해 지원해야 하는 시작점은 어디일까. 연애를 결혼과 출산의 시작점으로 본다면 정부 주도의 결혼 만남 사업은 ‘연결’을 지원하는 신선한 시작일 수 있겠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 측면까지 고려한다면 출산 의사가 있는 대상을 정책 초점 대상으로 보는, 보다 체계적인 지원 설계가 필요하다.

‘소개팅 주선자’로 나선 지자체의 정책 실험이 결코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지역마다 차별화한 형태로 확산하고 외국에서도 조명받는 등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했지만 ‘파격적인 실험’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생활 기반 및 대상 기반 정책’의 시작점이 돼야 비로소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차 강조하고 싶은 것은 ‘청년이 결혼을 망설이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에 맞는 해법을 구상해 보자는 것이다.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문제를 정확히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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