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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이의 논리는 명확했다. 그는 미국 주식의 과거 성과를 살폈고 장기 투자하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드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포트폴리오를 매일 들여다보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의 단기 변동성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자산 배분 업무를 맡고 있는 전문가로서는 맏이의 투자 방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론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여유 자금의 100%를 특정 자산(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적잖은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시장 변동으로 포트폴리오가 크게 흔들릴 때 실제로 맏이가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했다.
맏이는 2023년 중반에 투자를 시작했고 처음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투자 자산의 50%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상장지수펀드(ETF)에, 나머지 50%는 나스닥 ETF에 각각 투자했고 지난해 말엔 각각 40%, 50%씩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 2월 중순 이후부터 미국 주식시장은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약 10% 정도의 하락세를 겪었다.
이즈음부터 맏이에게서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지’를 묻는 전화가 왔다. 첫 투자 시점으로부터 여전히 30%의 수익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맏이는 40~50% 수익을 이미 마음속으로 확정한 상태여서 감정적으로 10%라는 손실에 대해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다행히 맏이는 충격에 빠지지 않았고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바꿔야 변동성을 줄일 수 있을지 조언을 구했다. 다각화를 위한 당연한 선택지는 채권과 금이다. 다만, 상반기 주식시장 급락 국면에 채권과 금이 이미 반등하고 있었던 점이 문제였다. 맏이도 당장 포트폴리오 내의 자산 비중을 재분배하는 것보다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금리가 추가로 오르면 채권 투자 비중을 높이는 쪽을 택했다.
맏이의 그다음 전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주요국에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주식이 이틀에 걸쳐 10% 이상 하락했던 ‘해방의 날’ 즈음 걸려왔다. 다행스럽게도 전 세계 모든 주식시장이 동반 급락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맏이는 미국 주식을 낮아진 가격에 팔았지만 유럽 주식을 싸게 사는 기회도 동시에 잡았다. 이로써 감정적으로 조금 더 수월하게 유럽 지역으로 주식 투자를 넓혀갔다.
모범적으로 자산을 배분한 막내와 특정 자산에 집중한 맏이는 투자 여정에서 정반대의 길을 택했는데 누가 올 상반기의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깨달음을 얻었을까. 막내는 투자의 첫걸음부터 다각화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고 정기적인 분할 매수를 유지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투자 경험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배운 것이 적을 수도 있다. 결국, 두 아들 모두 ‘다각화의 힘’이라는 같은 목적지에 도달했지만 그 여정은 매우 달랐다. 아마도 맏이가 사람의 감정에 시장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생하게 체감했을 것이고 분산 투자의 소중함도 더 깊이 깨달았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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