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빙수 위에 한 숟가락 얹힌 검은 크림과 고소한 가루처럼, 유독 맛있는 디저트에는 검은색의 무언가가 빠지지 않는다. 고명이라고 치기엔 존재감이 뚜렷한 그것은 바로 흑임자다. 얼핏 보면 일반 참깨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결을 지닌 식재료다. 흑임자는 볶거나 갈아내는 조리 과정에서도 특유의 고소한 향을 오래 머금는다.
흑임자는 ‘검은깨’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질적인 기능성과 영양 구성에서 흰깨와 구분된다. 곡류나 일반 견과류에 비해 포만감도 크기 때문에 식사 대용이나 간식으로 활용하기에 적절하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거나 당질 섭취를 줄이고자 할 때, 흑임자는 훌륭한 보조 식재료가 된다. 탄수화물 함량이 낮고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을 유지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이를 이용한 흑임자 우유, 흑임자 프로틴볼, 흑임자 스프레드까지 출시되며 ‘검은색 단백질’로 불릴 만큼 그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식물성 단백질에 관심이 많은 채식 식단이나 당 조절 식단에서도 흑임자는 빠지지 않는 재료로 꼽힌다.
고소함 속에 영양이 꽉 찬 ‘검은 씨앗’
흑임자는 ‘참깨’와 같은 종이지만, 껍질 색이 진한 갈색 또는 검정에 가깝고, 껍질 속 색도 약간 어두운 회색빛을 띤다. 흑임자의 고소한 맛은 단지 향 때문만이 아니다. 지방 함량이 50g을 넘고, 단백질도 100g당 20g에 육박한다. 흰 참깨보다 영양 성분이 진하고, 리그난 함량도 높다.
리그난이란 식물성 항산화물질로 인체 내에서 세포 산화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열에 강한 성질을 가져 볶거나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덕분에 고소한 맛을 내는 동시에 체내 대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흑임자는 당질 함량이 10g 수준으로 탄수화물은 적고, 단백질과 지방 비중이 높으니 체중 관리가 필요한 식단에서 유용한 식재료다. 또한, 견과류와 비슷한 영양 구조를 갖고 있어, 바삭한 식감이 살아 있는 상태로 섭취하면 씹는 즐거움과 포만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고명’ 정도로만 쓰기엔 아까운 식재료
흑임자는 대부분 고명이나 장식으로만 쓰인다. 떡 위, 죽 위, 또는 빵 속에 조금 섞이는 수준이다. 그 이유는 껍질이 단단하고 잘 씹히지 않는 데 있다. 또 잘못 볶으면 탄 맛이 올라와 쓴맛이 도드라진다. 그래서 통째로 먹는 경우보다 가루나 페이스트로 가공해서 섭취하는 방식이 많다.
시중에서 볼 수 있는 흑임자 분말은 대부분 볶은 후 곱게 갈아낸 형태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통째로 갈기 때문에 식이섬유 함량도 유지된다. 볶은 흑임자는 생 깨보다 흡수율이 높고, 고소한 향도 강하게 난다. 요즘엔 무가당 흑임자 분말 제품도 많아 요리, 음료, 베이킹 어디에나 활용할 수 있다.
시판되는 흑임자 크림도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저당 제품이 많아 부담이 적다. 샌드위치 속이나 채소 디핑소스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라면 견과류 대신 흑임자 분말을 소량 섞어 요거트에 넣는 방식이 추천된다.
밥에도, 죽에도, 크림에도 어울리는 식재료
흑임자는 의외로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특히 곡류나 유제품과 조합이 좋다. 기본은 볶아서 쓰는 것이다. 마른 팬에 중불로 3~4분 볶으면 고소한 향이 살아난다. 센불로 볶으면 타기 쉬워 쓰게 변하니 반드시 중불 유지가 필요하다.
볶은 흑임자를 갈면 분말이 된다. 이 상태로 두유에 타거나 빵 반죽에 넣으면 단맛 없이 담백한 디저트가 된다. 시럽이나 꿀을 조금만 섞어도 향이 매우 풍부하다.
쌀을 씻을 때 흑임자도 함께 불려서 넣으면 밥이 지어질 때 고소한 향이 퍼지고, 식감도 부드러워진다. 장조림, 나물 반찬과 잘 어울린다. 찹쌀가루나 백미를 갈아 물에 푼 뒤, 볶은 흑임자를 넣어 죽으로 먹을 수도 있다. 여기에 소금 약간, 꿀 한 스푼만 넣어도 완성된다.
디저트로는 생크림에 흑임자 분말을 섞어 휘핑하는 방식이 있다. 이 흑임자 크림은 케이크 위 토핑이나 크래커에 얹기 좋다. 또 흑임자를 쿠키 반죽에 넣으면 버터 없이도 고소한 맛이 강해진다.
단, 흑임자는 기름 함량이 높고 산패가 빨라 보관엔 주의해야 한다. 볶은 흑임자는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을 하고 2주 내 사용해야 한다. 분말은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서 한 달 이내 사용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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