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도 평범하고 겉보기엔 딱정벌레처럼 보이는 곤충이 있다. 하지만 이 벌레는 손가락으로 건드리는 순간 ‘펑’ 소리와 함께 불을 뿜는다. 동시에 특유의 쓴내가 퍼지고, 손등에서 뜨거운 감각이 느껴진다. 이름은 ‘방귀벌레’로 몸길이 1cm 내외의 소형 곤충으며, 눈에 띄는 색이나 문양도 없고 평범하게 생겼다.
위협을 느끼면 몸속에서 두 가지 물질을 섞어 순간적으로 폭발에 가까운 반응을 일으킨다. 이때 생기는 100도에 달하는 액체를 배 끝에서 뿜어낸다. 피부에 닿으면 따끔할 정도로 자극이 강하고, 흰 옷에 튀면 누렇게 변색되기도 한다. 일반 곤충의 방어 수단이 위장이나 악취 정도에 그치는 데 비해, 방귀벌레는 실제로 적에게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수준의 방어 전략을 쓴다.
분사 시 동반되는 ‘펑’ 하는 소리도 특징이다. 너무 갑작스럽고 또렷해 사람이 놀랄 정도다. 숲길이나 들판을 걷다가 발끝에 스치기만 해도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분사각도 자유자재여서 등 뒤나 옆구리 방향으로도 쏘는 게 가능하다.
이 곤충은 ‘방귀벌레’라는 이름 외에도 ‘폭탄먼지벌레’라고 불린다. 영어권에선 ‘Bombardier beetle’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몸 안에서 ‘화학 폭발’ 일으키는 방식… 진짜 불꽃처럼 보이기도
방귀벌레가 위협을 받을 때 몸속 분비선에 저장된 하이드로퀴논(hydroquinone)과 과산화수소(hydrogen peroxide)가 순간적으로 만나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이 반응은 열을 동반하며, 내부에서 온도가 약 100도까지 치솟는다. 압력이 올라가면서 외부로 분출되는 액체는 짧은 시간 동안 증기처럼 보일 정도의 고온 상태다.
게다가 이 액체는 일반적인 물이 아니라, 자극적인 화학물질이 섞인 일종의 ‘유독 분비물’이다. 따라서 피부나 점막에 닿으면 통증이나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인간 피부 기준으로도 화상까지는 아니지만 따끔함과 열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분출 속도도 놀랍다. 일부 방귀벌레는 1초에 2회 이상 분사할 수 있다. 회전 분사도 가능해, 좌우 270도 범위에서 자유롭게 사출한다. 직접 보면 마찰로 불이 붙은 듯한 장면처럼 느껴질 만큼 '폭발'에 가깝다. 이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 'bombardier beetle'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실제 군사용 모델로도 연구된 바 있다.
이처럼 극한의 생존 전략을 가진 곤충이 한국에도 살고 있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에서도 발견… 산책길·마당·화단에서도 조용히 존재
방귀벌레는 한국 전역의 숲과 초지, 농가 인근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큰방귀벌레(Brachinus crepitans)’와 ‘애방귀벌레(Brachinus chinensis)’ 등이 있다. 주로 풀숲 아래나 돌 틈, 나무 밑에서 생활한다. 낮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밤에 활동하며, 다른 곤충을 잡아먹기도 한다.
인간을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방해하거나 손대면 자동으로 방어 행동을 보인다. 특히 아이들이 곤충을 만지다가 깜짝 놀라는 사례가 많다. 반려동물이 물었다가 입안이 헐어 동물병원에 가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현재 한국에서는 방귀벌레가 멸종위기는 아니지만, 기후변화와 서식지 감소로 인해 개체 수가 줄고 있다.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도 방귀벌레를 함부로 잡거나 죽이지 말고 관찰하는 정도로 멈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만지면 위험할까… 실제 사례와 주의점
방귀벌레가 뿜는 분비물이 인체에 치명적이진 않다. 하지만 어린이,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 알레르기 체질인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손등, 손목 같은 얇은 피부에 닿으면 1~2시간 가량 붉어질 수 있고, 간지럼증이나 따가움이 지속되기도 한다. 눈이나 코점막에 닿으면 화학적 자극이 커질 수 있어 바로 씻어내야 한다.
산책 중 발견한 방귀벌레를 장난감 삼아 손으로 만지려 하거나 잡아채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곤충 체액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겪은 적이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야외 캠핑이나 등산 중에 아이들이 곤충 관찰을 하게 된다면, 방귀벌레처럼 특정 방어 기제를 가진 곤충도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 안전하다.
방귀벌레는 사람에게 ‘공격’을 하지 않는다. 인간은 그들에게 거대한 포식자로 보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한 자동 반응으로 화학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다. 관찰하되 손대지 않고,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기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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