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30일(현지시간) ‘미국 관세 협상 결과 브리핑’을 열고 철강 품목이 합의에서 빠진 것과 관련해 “협상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철강 품목 관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에 협상에서 빠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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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알루미늄 50% 관세가 일단 유지되며 한국 철강산업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발(發) 저가제품 공세로 국내서 고군분투하는 철강업체들이 수출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어려워진 것이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우리 철강 수출액의 13%(43억 달러)를 차지한 최대 수출 상대국이다. 미국이 철강을 안보산업으로 인식하고 적극 보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극적인 관세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미국은 통상 협상을 마친 일본과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철강 관세는 50%로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개별 국가와의 협상을 통한 쿼터제 도입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마저도 쉽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철강 노동자들의 요구가 워낙 강하고, 지난 트럼프 1기 때 도입한 철강 쿼터제가 자국 산업 발전에 효과가 없었다는 미국 내 불만이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철강업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관세 장벽 돌파를 위해 미국 현지에 연산 270만t 규모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상업생산 목표 시점이 2029년으로 당분간 고관세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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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도 지켜봐야 한다. 이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반도체나 의약품 등의 품목 관세에 대해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최혜국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EU는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유럽산 반도체에 대해 최혜국 대우로서 0% 관세율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어떤 식으로 관세가 적용돼야 할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벌이고 있는 조사는 반도체뿐 아니라 반도체 제조 장비, 반도체가 들어가는 전자제품까지 광범위한 대상이 포함된다.
이 모든 품목이 사실상 관세 부과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파생 상품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모니터, 가전 등 완제품도 포함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제품 원가를 높여 수요 둔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관세 사정권에 들 가능성도 있다. 국내 기업에서 생산하는 HBM의 경우 대부분 대만으로 수출돼 최종 제품으로 조립되고 있지만, 제품 생산 생태계 전반에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면 영향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나오지 않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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