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의 갈등이 트럼프의 고율 관세 부과로 다시 한 번 달아오르고 있다. 룰라 대통령도 조금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미 뉴욕타임스(NYT)는 30일 룰라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전하면서 룰라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맞선 세계 지도자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 브라질에 가장 높은 50% 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브라질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9일 서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재판과 무역 장벽을 언급하며 50% 관세를 통보한 것을 공식화했다.
브라질에 대한 관세는 트럼프가 지금까지 부과한 상호 관세 중 가장 높다. 다만 상업용 항공기, 에너지 제품, 오렌지 주스 등 브라질의 주요 대미 수출품 중 상당수는 제외됐다.
그는 행정명령에서 브라질 정부와 대법원의 조치가 “미국의 국가 안보, 외교 정책, 그리고 경제를 위협한다”고 밝혔다.
브라질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의 추산에 따르면 브라질 수출품의 40% 이상이 관세에서 면제될 것으로 예상했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관세는 1주일 후 발효되지만 이미 운송 중인 상품은 10월 5일까지 미국에 도착하면 세금이 면제된다.
재무부가 모라이스 대법관에 제재를 가하면 그의 미국 비자가 취소되고 모든 미국내 자산이 동결된다. 많은 금융기관의 거래도 전면 금지된다.
국무부는 이달 이미 그의 비자를 취소했다. 브라질 대법원 대변인에 따르면 알렉상드르 드 모라이스 판사는 미국에 은행 계좌나 금융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NYT는 광범위한 관세 면제를 고려하면 겉보기보다 덜 심각할 수도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과 싸움을 준비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전했다.
작년에 미국은 브라질과 약 920억 달러의 무역에서 74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 브라질 대법원 판사, 반인권 명분 제재
트럼프 행정부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재판하고 있는 모라이스 대법원 판사에 대해 제재 조치를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2년 대선 패배 후 쿠데타 시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모라이스 판사에 대한 제재는 인권 관련 미국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조치중 하나다.
제재는 ‘글로벌 마그니츠키법’에 따라 내려졌다. 이 법은 보통 심각한 인권 침해나 부패 혐의를 받은 외국인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모라에스는 억압적인 검열, 인권을 침해하는 임의적 구금, 정치화된 기소에 책임이 있다”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브라질 대법원은 성명을 통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소송은 브라질 법원의 관할권이며 대법관 제재는 브라질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라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30일 밤 발표한 성명에서 “백악관이 브라질 사법부에 개입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면서도 “미국과의 관계에서 무역 측면에 대해서는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6월 모라이스 판사에 대한 제재 방안을 처음 제시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모라이스 판사가 심각한 인권 침해를 저질러 경제적 처벌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으려는 자들에게 경고가 되어야 한다”며 “판사복은 여러분을 보호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룰라 “1·6 의사당 폭동, 브라질에서는 트럼프 기소”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싸움을 원한다면 정치적 싸움으로, 무역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면 무역 문제를 논의해야지 모든 것을 섞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과 모라이스 대법관은 트럼프가 브라질의 사법 절차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룰라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을 실행할 경우 일부 미국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검토해 왔다고 밝혔다.
룰라는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억 명의 국민을 압박하며 50% 관세를 위협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NYT와 인터뷰를 하기는 13년만에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불만을 미국 국민에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기소를 ‘마녀사냥’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룰라는 “아마도 브라질에서 사법부가 독립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브라질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이 브라질에서 발생했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처럼 기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적 법치 국가는 신성한 것”이라며 “이미 독재 정권을 겪었고, 더 이상 독재 정권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모라이스 판사는 쿠데타 혐의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발목 감시 장치를 착용하도록 명령했다.
모라이스 대법관은 보우소나루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로비 활동을 벌인 것을 보면 그가 브라질을 탈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수십 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1월 NYT와의 인터뷰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기소를 피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비현실적으로 보였으나 트럼프가 실제로 개입하고 나섰다고 NYT는 짚었다.
룰라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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