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잠수사고, 2017년 이후 최다…비용 탓에 안전규정 안지켜져
"잠수부 정기 교육·정부가 사업주들 안전관리 감시역할 강화해야"
(창원=연합뉴스) 이준영 기자 = 최근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에서 발생한 잠수부 사망사고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잠수작업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청에 재하청을 거듭하는 구조적 문제와 함께 현장에서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잠수작업 사고 지난해 급증…'익수·잠김' 가장 많아
31일 중앙해양안전심판원 해양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잠수작업 중 질식·부딪힘 사고는 총 13건 발생해 9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2022년 6건 발생(4명 사망·실종), 2023년 1건 발생(1명 사망·실종)과 비교하면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기록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올해에도 지난 20일 부산신항에서 선박 하부 세척작업을 하던 잠수부 3명 중 2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추정)으로 숨지고, 1명은 심정지 상태였다가 최근 의식과 호흡을 되찾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재해조사 의견서를 기준으로 2003∼2022년 4월까지 발생한 잠수사고를 토대로 정리한 '잠수작업 사고 사망 원인분석 및 안전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원인은 다양했다.
이 기간 발생한 잠수작업 중 사망한 사례는 총 61건이었으며 익수·잠김이 17건으로 가장 많았다.
끼임·감김 16건, 산소결핍 질식 13건, 감압병 공기색전증 4건, 맞음·깔림 4건, 분류 불능 5건, 기타 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잠수 방법으로는 표면공급식(선박 위에 설치된 공기 공급 장비에서 잠수용 호수관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는 방식)에서 38건으로 가장 많았다.
표면공급식 중에서는 장비에 따라 후카((Hookah)가 20건을 차지했고, 전면 마스크 12건, 상세 불명이 6건이었다.
후카는 호흡기를 입에 물고 공기를 공급받는 식이라 의식을 잃었을 때 폐에 물이 차 사망할 위험이 높은 편이다.
사망 61건에 부상 2건을 더한 63건의 재해사고를 기준으로 연령별로는 30대가 17명으로 가장 많았다.
40대 14명, 20대 10명, 50대 8명, 60대 4명, 10대 1명, 미기재 9명 순으로 나타났다.
◇ 잠수 현장서 안전관리 규칙은 무용지물…이유는 '비용'
바닷속에서 공기 공급 장비에 의존해 수중 작업을 해야 하는 잠수 일은 사고 위험이 크다.
업계에서는 일을 시작할 때 유서를 써놓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안전관리 내용도 세부적으로 규정돼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표면공급식 작업 시 잠수부 2명당 1명의 감시인을 둬야 하고, 잠수부에게 감시인과 잠수작업자 간에 연락할 수 있는 통화 장치와 비상 기체통(잠수부가 공기를 공급받지 못할 때 휴대했다가 사용하는 비상용 공기장치) 등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잠수부들은 현장에서 이 같은 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잠수부들에게는 생명 도구와 같은 공기 공급 장치와 통신장치 등 장비가 갖춰지지 않는 곳이 많아 위험을 무릅쓰고 작업하는 때가 많다고 호소한다.
잠수업계 7년차인 한 30대 잠수부는 "통신장비는 잠수부와 감시인을 연결하는 필수 장비로 육상에서 잠수부 상태를 확인해 비상시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생명 장치나 다름없다"며 "소규모 잠수업체는 비용과 관리 부담 등 이유로 잠수부들에게 제공하지 않고, 일감을 받는 잠수부들은 이를 쉽게 말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감시인의 실효성 문제도 공통으로 지적한다.
관련 규정상 잠수부 2명당 감시인 1명이 있어야 하지만 비용 문제로 감시인을 줄이는 경우가 많고 이마저도 비전문가인 감시인을 고용해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번 진해 부산신항 사고 역시 잠수부는 3명이었지만 감시인은 1명이었다.
특히 당시 사고가 작업 약 10분 만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감시인은 다른 일을 하다 1시간여가 지나서야 사고를 알아채고 119에 신고했다.
잠수업계 3년차인 또 다른 30대 잠수부는 "잠수 경력이 있는 감시인은 작업 현황을 아니까 그나마 낫지만, 비용적 문제로 지식과 경험이 없는 감시인을 하루 데려와 일을 맡기는 곳도 있다"며 "경험 없는 감시인은 물속만 바라보는 때가 많고 비상시 제때 대처를 못 해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도 잦아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 하청에 재하청 구조가 문제…"단가 싸움에 안전이 밀리지 않아야"
잠수업체들은 잠수업계가 비용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원청에서 작업 의뢰를 받아 잠수부들에게 다시 일을 맡겨야 하는 소규모 잠수업체들은 원청이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단가 경쟁으로 내몰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일이 진행된다고 강조한다.
이번에 발생한 진해 부산신항 사고 역시 원청이 하청업체에 일감을 주고 하청업체가 다시 프리랜서들을 섭외해 작업을 맡긴 재하청 구조였다.
경남 남해안 지역에서 약 25년째 잠수업체를 운영하는 50대 A씨는 소규모 업체일수록 일감을 따내기 위해 비용에 안전이 밀릴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관련 규정대로 모두 전면 마스크를 차고 통신장치를 두고 감시인을 제대로 두고 싶지만, 원청에서는 이런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비용을 책정하니 단가 싸움 때문에 현장에서는 완벽하게 규정이 지켜지기 힘들다"며 "그렇다 보니 일부 업체에서는 잠수작업을 모르는 감시인을 두거나 필수 장비를 주지 않을 때가 많다"고 전했다.
A씨는 잠수작업이 위험한 만큼 잠수부 노임단가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상반기 정부 노임단가표에 따르면 잠수부 노임은 하루 38만8천892원이었다.
이는 한식목공(35만1천481원)보다 다소 높고 배전전공(40만8천559원)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안전관리 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담당 기관 관심과 사업주들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주홍 한국산업잠수기술인협회장은 "안전규정이 있을지언정 현장에서는 위험한 환경을 알고도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안전 검사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고용노동부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에서 안전장비를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사업주들에게 안전의식을 강화하도록 해야 하지만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잠수부들을 정기적으로 교육하고 원청과 사업주들이 비용 측면에서 안전을 소홀히 하지 않게 감시하는 역할을 정부에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l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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