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관세 최악 면했지만 경쟁 우위 상실···전략 재편 시급”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가 나오는 TV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한미 관세협상이 15% 수준에서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은 25% 고율관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제공해온 구조적 경쟁우위는 완전히 상실하게 됐다. 이번 협상 결과는 단순한 관세율 조정을 넘어 한국 자동차업계의 대미 수출전략 전면 재편을 예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한미 양국은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한국이 일본, 유럽연합(EU)과 동일한 15% 관세율을 적용받게 돼 그간 누려온 관세 차별화 우위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산 자동차는 무관세 혜택으로 일본차 대비 2.5%, EU차 대비 최대 5%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왔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이었다.

하지만 이번 결론으로 이제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완성차업체들과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동일한 관세 조건에서 경쟁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특히 한국이 기존 0%에서 15%로 15%포인트 상승한 반면, 일본과 EU는 2.5%에서 15%로 12.5%포인트 인상에 그쳐 상대적으로 2.5%포인트 더 불리한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 추산에 따르면 15% 관세 적용으로 현대차·기아는 연간 5조6000억원 규모의 수익성 악화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두 회사 합산 연간 영업이익의 약 40% 수준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이번 관세 협상 결과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미국 현지생산 확대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이미 조지아주 메타플랜트를 통해 연간 30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했지만, 관세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현지생산 확대가 불가피하다. 더불어 국내 1·2차 협력사 1200여 곳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국내 완성차산업계는 이번 협상 타결과 관련해 일단 환영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더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31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한-미 관세 협상과정에서 일본, EU 등 경쟁국가와 동등한 15%로 감소된 것에 대해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기술개발 및 생산성 향상 노력을 추진해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및 부품 품목관세가 빠른 시일내에 수출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국내생산세액공제 신설 등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