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N] ‘카지노 법안’이 촉발한 태국-캄보디아 국경 무력충돌…‘돈’ 때문에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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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N] ‘카지노 법안’이 촉발한 태국-캄보디아 국경 무력충돌…‘돈’ 때문에 쏘았다

뉴스컬처 2025-07-31 14:25: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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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동남아시아의 두 이웃국가, 태국과 캄보디아가 최근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 끝에 28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휴전 합의에 이르렀다. 이로써 지난 4일간 이어진 포격전과 공습, 대규모 피란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한 국경 분쟁을 넘어 정치, 경제, 역사, 외교 등 다양한 요인이 얽힌 ‘복합적 충돌’이라는 점에서 심각성과 파장이 크다.

이번 교전으로 인해 양국에서 최소 35명이 사망하고, 140여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약 26만 명의 민간인이 피란길에 올랐다. 특히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국제사회는 즉각 중재에 나섰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외교적 중재 덕분에 평화가 도래했다”며 외교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태국군과 캄보디아군. 사진=AFP 연합뉴스
태국군과 캄보디아군. 사진=AFP 연합뉴스

교전의 직접적 시작은 7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국군 보병이 국경을 순찰하던 중 지뢰를 밟아 하사관 한 명이 다리를 잃은 사건이 발생했다. 태국 정부는 이를 캄보디아군이 최근 매설한 지뢰로 규정하고 강력히 항의했으며, 다음 날 새벽 캄보디아 포병이 태국 측 마을을 포격하면서 민간인 14명이 사망했다. 이에 태국은 F-16 전투기를 동원해 보복 공습에 나서면서 양국 간 국지전이 본격화됐다.

전투가 확산된 25일에는 캄보디아군이 발사한 다연장 로켓이 태국 시사껫주의 주유소를 강타해 편의점에 있던 학생 6명이 목숨을 잃었다. 교전이 이어지면서 방콕 증시는 하루 만에 3%가 급락했고, 국경 지역 주민들은 대규모로 피난했다.

그러나 이 모든 갈등의 기저에는 정치 지도자 간의 사적인 갈등과 카지노 산업을 둘러싼 거대한 이권이 도사리고 있었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 사진=패통탄 친나왓 인스타그램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 사진=패통탄 친나왓 인스타그램

사태의 도화선은 지난 6월 중순, 태국 패통탄 친나왓 총리와 훈센 전 캄보디아 총리 간의 사적 통화 녹취 유출 사건이었다. 녹취 속에서 패통탄은 훈센을 “삼촌”이라 부르며 태국 군부를 “구시대적 세력”으로 비하했고, 훈센은 이 통화를 녹음한 뒤 외부로 유출시켰다.

이 사건으로 태국 보수 세력과 군부는 격분했고, 헌법재판소는 “국익 훼손”을 이유로 패통탄 총리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실권은 부총리이자 군 출신의 품탐 웨차야차이 권한대행에게 넘어갔고, 정국은 우경화됐다. 결국 내각은 다시 군부 중심으로 재편되며, 민간 정부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문제는 이 사적인 갈등이 단순한 개인 감정의 영역을 넘어 거대한 산업적 이해관계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핵심 갈등 중 하나는 태국의 카지노 합법화 움직임이다. 태국 정부는 2024년 1월, ‘엔터테인먼트 콤플렉스 법안’ 2차 초안을 통과시키며 자국 내 카지노 산업의 합법화에 한 발짝 다가섰다. 이는 태국 역사상 최초로 합법적 카지노 산업이 열릴 가능성이 생긴 사건으로, 연간 최대 2,400억 바트의 추가 수익과 관광객 20~30% 증가가 기대됐다.

그러나 이 조치는 캄보디아 카지노 산업의 치명적 위협이었다. 현재 캄보디아에는 195개의 카지노 면허 시설이 있으며, 대부분이 태국 접경지인 포이펫, 바베트, 시엠레아프 등에 집중돼 있다. 전체 카지노 수익의 80~90%는 태국 관광객으로부터 발생한다.

태국 내 카지노 합법화는 곧 캄보디아의 수익 증발을 의미했다. 특히 훈센 가문은 지난 30년간 카지노 산업을 정치 자금원으로 활용해왔고, 훈센 본인 및 친인척들이 카지노 운영에 직접 관여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태국의 움직임은 훈센 가문에게 경제적·정치적 생존의 위협이었다.

결국 훈센은 자신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통화 녹취를 유출했고, 이는 정권 교체로 이어지며 태국의 카지노 합법화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무력 충돌은 현재의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수세기에 걸친 민족 간 역사적 갈등이라는 구조적 대립 구도에서도 이해되어야 한다.

캄보디아는 한때 동남아를 지배했던 크메르 제국(802~1431)의 후예이며, 태국은 크메르를 몰락시킨 아유타야 왕국(1351~1767)의 계승자이다. 크메르 제국이 수도 앙코르를 빼앗기고 아유타야에 점령당한 160여 년의 시기를 캄보디아에서는 ‘크메르의 암흑기’로 기억한다.

여기에 1907년,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와 시암 왕국(현 태국) 사이에서 체결된 국경 조약은 오늘날까지 국경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특히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을 포함한 지역은 국제사법재판소(ICJ)가 1962년 캄보디아 영토로 판결했지만, 사원을 둘러싼 구릉지대는 여전히 경계가 불명확한 채 남아 있다.

2003년에는 “앙코르와트는 태국 것”이라는 루머로 인해 프놈펜의 태국 대사관이 불타는 사태가 발생했고, 2011년에도 프레아 비헤아르 인근에서 중화기까지 동원된 교전이 벌어졌다. 이번 교전은 사원과 멀리 떨어진 동부 지역에서 발생했지만, 국경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민족 감정과 연결돼 있다.

품탐 웨차야차이 태국 총리 권한대행(오른쪽)과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왼쪽)이 휴전에 합의한 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운데)와 함께 손을 잡고 있다. 사진=신화 연합뉴스
품탐 웨차야차이 태국 총리 권한대행(오른쪽)과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왼쪽)이 휴전에 합의한 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운데)와 함께 손을 잡고 있다. 사진=신화 연합뉴스

교전 4일째인 28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내가 중재해 휴전이 성사됐다”고 자찬했다. 그는 “태국 총리 대행과 캄보디아 총리와 통화했으며, 양국이 평화에 도달하게 되어 기쁘다”며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어 “무역팀에 양국과의 무역 협상을 재개하라고 지시했다”며, “나는 취임 6개월 만에 여러 전쟁을 끝낸 평화의 대통령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양측이 휴전 합의를 전면적으로 존중하길 기대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휴전이 선언됐지만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전망이다. 푸어타이당은 새 총리 후보군을 물색 중이며, 캄보디아도 카지노 수익 감소로 조속한 평화 정착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 모두 내부 결속을 위해 강경한 자세를 유지할 가능성도 높다.

결국 이번 충돌은 미국의 외교 압박과 중재를 통해 일단락되었지만, 문제의 근본에는 여전히 카지노 산업을 둘러싼 경쟁과 정치적 불신, 국경선 불명확이라는 구조적 갈등이 잠재해 있다. 태국이 카지노 합법화를 재추진할 경우, 갈등은 다시 불붙을 수 있다. 휴전이 일시적 평화에 그칠지, 아니면 실질적 외교 협력의 출발점이 될지는 양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향후 어떤 해법을 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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