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산 소비재에 부과하려던 25% 추가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의 무역 협정에 타결했다고 밝혔다. 또 2주 내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관세율은 당초 예상보다 낮아졌지만, 15%라는 고정 비용이 발생하면서 라면이나 소스류 같은 가공식품을 수출하는 식품 기업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생산기지를 국내에 두고 있는 기업일수록 가격·유통·수익 구조 전반을 다시 손봐야 하는 상황이다.
불닭볶음면 가격 인상 검토
불닭볶음면으로 전 세계 K-푸드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삼양식품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양식품의 2025년 1분기 기준 전체 매출 5290억 원 중 4240억 원, 약 77%가 해외에서 발생했고, 그중 28%는 미국 시장에서 나온다. 미국 법인 ‘삼양아메리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9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문제는 전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구조다. 수출 물량 전량을 경남 밀양공장에서 만들고 있으며, 중국에 공장을 짓고 있지만 북미향 물량은 여전히 국내 생산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관세가 원가에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라 이번 조치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삼양식품은 현재 가격 인상 시점과 폭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불닭볶음면'
불닭볶음면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물론, 한국에서도 ‘소울푸드 라면’으로 불린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매콤하고 알싸한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사랑을 받았으며, 그 열풍에 맞춰 ‘까르보나라’, ‘로제’, ‘푸팟퐁커리’ 등 다양한 맛이 출시돼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선택지를 넓혔다.
또 불닭볶음면을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도 꾸준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tvN 예능 ‘뿅뿅 지구 오락실3’에서 소개된 불닭 레시피가 SNS에서 인기를 끌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다른 식품 기업들도 분주
‘종가집’ 브랜드로 미국 김치 시장을 공략 중인 대상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A 공장과 현지 업체 ‘럭키푸즈’를 통해 생산 기반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수출하는 물량이 현지 생산의 두 배 이상이라 관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CJ제일제당과 농심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 CJ는 2019년 슈완스(Schwan’s)를 인수해 미국 내 생산 인프라를 확보했고, 농심은 캘리포니아 제2공장에서 라면을 생산 중이다.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관세 여파를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다.
쌀·소고기 시장 개방은 막았다
이번 협상에서 식품 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피하지 못했지만, 정부는 쌀·소고기 시장만큼은 끝내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은 줄곧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해제와 쌀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정부는 다른 국가와의 협상에서 농산물을 카드로 써온 전례와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해 이번 협상에서만큼은 양보하지 않았다.
통상 협상과 별개로, 미국이 요청한 사과나 유전자 변형 작물(LMO) 감자 수입 허용 문제는 이미 시장이 열려 있어 과학적 평가와 절차만 거치면 수입이 가능하다. 농산물 검역 협상도 병해충 유입 위험성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
다만 이번 관세 협상 과정에서 구체적인 품목별 논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아, 정부와 농업인 단체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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