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농축산물 추가개방 없고 반도체·의약품 최혜국 대우도 얻어"
"한미 FTA 효과 사라지고 철강 관세 유지된 건 부담"
(서울=연합뉴스) 산업부 = 한국이 미국에 3천500억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고, 미국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쪽으로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경쟁국인 유럽연합(EU)과 일본에 비해서는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라며 일단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민감 품목인 쌀과 소고기 등 농축산물 분야를 방어한 점, 미국에 대한 투자펀드 분야가 EU·일본에 비해 작고 한국에 이익을 끌어낼 수 있는 점 등은 유리한 조건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미국이 이번 협상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고려하지 않음에 따라 그간 한국이 대미 수출 과정에서 누린 관세 효과가 사라졌다는 점, 철강 분야의 품목별 관세 50%는 조정되지 않아 국내 철강업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는 점 등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다음은 주제별로 정리한 경제·통상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EU·日보다 유리한 조건 타결…투자 분야도 한국 기업에 도움"
▲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농축산물 민간 품목을 추가 개방하지 않은 점, 펀드 투자 규모가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볼 때 일본·EU에 비해 적은 점, 투자 분야도 한국이 유리하고 잘하는 분야에서 한국 기업에 도움되는 분야로 확정된 점 등은 굉장히 유리한 점으로 생각한다. 반도체와 의약품 등 향후 품목별 관세가 예정된 분야도 다른 국가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최혜국 대우를 해준다는 점도 매우 긍정적이다.
미국이 대미 투자펀드 수익의 90%를 가져간다는 것은 앞으로 줄다리기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투자는 기업이 하는데, 한국 기업이 주도해서 투자하고 정부가 보증이나 대출 혹은 보조금 등을 지원해서 수익을 얻으면 이를 미국에 재투자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어차피 미국이 세계 최대 시장이고 제조업 경쟁력이 약하니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미국에 재투자하는 조건이라면 한국에 별로 불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 정철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 및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큰 틀에서 최소한 불리하지 않은 조건으로 협상을 타결한 것이 다행이다. 3천500억달러 투자펀드는 내용을 들여다봐야겠지만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이라면 규모는 큰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조선 협력이 협상의 중요 지렛대로 작용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이건 다른 나라에는 없는 것이니 조선협력 펀드를 제외하면 투자 규모가 그렇게까지 큰 것은 아니다. 향후 양국이 어떤 식으로 경제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인가가 투자 규모에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는 미국에 무관세로 시장을 열어주고 미국은 15% 관세를 부과한다는 점을 보면 굉장히 불평등한 협상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가 일본이나 EU에 비해 심각한 불이익을 당하는 측면은 없었다는 차원에서는 크게 잘못된 협상은 아닌 것 같다. 단기적으로는 우리 정부가 최선을 다한 것은 맞는 것 같고, 앞으로 과제는 이런 불평등한 무역 협상이 선례가 됐을 때 계속 안보·군사 이슈, 국제분쟁 이슈 등을 이용해 잘못된 형태의 요구를 반복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 "한미 FTA 효과 사라진 점 아쉬워…철강 관세 50%는 큰 부담"
▲ 허윤 서강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자동차 품목관세가 우리 측이 요구한 12.5%가 아닌 15%가 된 점은 아쉽다. 철강도 50%는 한국으로서 타격이 크다. 현대제철이 루이지애나에 공장을 짓기로 했지만 포스코나 현대제철이 결국 미국 수출을 위해서는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미 FTA 체결국으로서 이 부분을 완화해줬으면 했지만 미국은 특정 국가에 이걸 풀어주면 다른 나라에도 다 풀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확고해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 조연성 덕성여대 국제통상학 교수
한미 FTA나 지정학적 위치 등으로 관세 협상에서 유리한 점을 기대해볼 만했는데 전체적으로 다른 나라들과 상호관세 15% 표준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혈맹보다는 비즈니스 파트너 정도로 생각하는 듯하다. 한미 FTA로 그간 관세가 0%였던 점을 고려하면 한국 입장에서는 관세율이 과하게 책정된 것은 맞다.
▲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그동안 한미 FTA로 미국에 무관세로 상품을 수출할 수 있었는데 그 효과가 사라졌다는 점은 아쉽다. 철강도 미국이 모든 나라에 대해 50% 관세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정부 1기 때 철강 관세율을 0%에서 25%로 올렸는데 자국 철강산업에 별로 도움이 안 됐다. 오히려 철강 생산도 줄고 업계 종사자도 줄었다. 2기에서는 25% 조치만으로는 자국 내 철강산업을 보호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 50%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 정철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 및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이번 협상 때 미국 측에서 한미 FTA를 신경 써주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계속해서 통상 관련 논의가 오갈 수 있는데 그때는 한미 FTA를 갖고 있다는 게 우리에게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 지금은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협상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시점이 됐을 때 우리가 미국과 따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있다는 것이고 이는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임기창 박초롱 홍국기 오예진 강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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