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미국에 세운 해외법인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반면, 중국(홍콩 포함)에는 법인을 줄이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중 갈등, 중국 내 사업환경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기업분석기관 한국CXO연구소가 31일 발표한 ‘2025년 국내 92개 그룹 해외계열사 현황 분석’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 92곳이 올해 운영 중인 해외법인수는 총 6362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6166곳)보다 200여 곳 늘어난 수치다.
특히 미국에 설립된 해외계열사는 1673곳으로 전체의 26.3%를 차지해 단일 국가 기준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83곳 증가한 것으로, 지난 2021년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법인의 비중도 2021년 18.8%에서 올해 26.3%까지 상승했다.
반면 중국(홍콩 제외)에 있는 해외법인은 808곳으로, 전년보다 19곳 줄었다. 2022년 15.9%였던 중국 법인 비중은 올해 12.7%까지 낮아졌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 전체 법인 수는 과거 2021년만 해도 미국보다 152곳 많았지만, 이후 역전돼 올해는 미국이 중국보다 715곳 많은 법인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중국보다는 미국에 해외법인을 두는 것이 리스크 분산과 수익성 측면에서 더욱 매력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향후 미국의 관세 정책 등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현지 법인을 늘리려는 대기업의 전략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화, SK, 삼성, CJ 등 주요 그룹은 미국 내 해외법인 수만 100곳을 넘겼고, 전체적으로도 미국 법인 수가 중국을 앞지르는 추세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삼성은 7년 연속 감소하던 해외법인 수를 올해 들어 11곳 늘리며 미국 중심의 재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과 대조적으로 동남아 지역에 대한 투자는 늘고 있다. 베트남에 설립된 해외법인은 올해 325곳으로 2022년 이후 매년 증가 중이며, 싱가포르도 일본보다 더 많은 238곳의 해외법인이 설립돼 아시아 신흥시장에 대한 국내 대기업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