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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이데일리가 방문한 서울 강동구의 한 청소년문화공간에는 국제구호개발 NGO인 희망친구 기아대책(기아대책)이 주최한 아동 집단놀이 상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오후 초등학생 8명과 지도교사 3명은 서로 악수를 하면서 술래를 찾는 놀이활동에 참여했다. 동전으로 술래를 정하고 싶은 사람을 찾자 아이들은 너도나도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었다. 술래에게 동전을 나눠줄 때는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춤을 추고, 동전을 확인한 뒤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한 남자아이는 놀이 초반에 홀로 구석으로 나와 땅에 주저앉기도 했지만, 다른 아이가 손을 뻗자 다시 웃으며 무리로 뛰어갔다.
기아대책은 2023년부터 3년째 서울·부산·대구 등 5개 아동양육시설에 거주하는 9~17세 보호 대상 아동 44명을 상대로 놀이 중심의 집단상담인 ‘꿈꾸던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활동에 참여해온 학생과 교사들은 3년간 느낀 변화를 고백했다.
김모(13)군은 “사실 학교에서는 친한 친구들이 없어서 기타만 친다”며 “끝나고 집에 가도 9시까지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는데 여기에서는 애들이랑 놀 수 있어서 좋다. 힘들 때 속상한 걸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생겼다”고 말했다. 강모(12)군은 “학교 끝나고 학원에 갔다가 오면 4시쯤 되는데 TV를 보거나 게임만 한다”며 “예전에 애들이랑 계곡에서 놀았는데 평소에는 이렇게 같이 놀 수 없으니까 그때 기억이 계속 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지도교사 조종은씨는 “첫날에는 아무도 말을 안 듣고 계속 소리를 지르며 싸우거나 울었다”며 “(아이들이) 성인에게 신뢰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남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심리와 정서에 안 좋은 변화를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협동을 하려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거나 건강하게 이기고 지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최근 아이들은 이런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가시간 동안 0~8세 아동의 전자기기(스마트폰, 컴퓨터, 테블릿 등) 사용은 2018년 주중 19.7%에서 2023년 27,5%로 증가했다. 특히 스마트폰과 컴퓨터 이용시간은 다른 연령대에서도 모두 증가했다. 반면 9~17세 아동 2~3명 중 1명(42.9%)은 방과 후 친구들과 놀기를 원했음에도 실제로 또래와 노는 친구는 5명 중 1명(18.6%)에 불과했다.
기아대책은 “아동의 놀이권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기본권임에도 과도한 학원 일정과 안전한 놀이공간의 부족 때문에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보호 대상 아동처럼 취약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은 코로나 시기 이후 놀이 활동이 더 제한돼 사회관계 형성과 정서 회복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 “놀이권을 단순한 여가가 아닌 기본권으로 인식해야 한다. 아이들이 자주 접하는 환경에서 놀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건강한 발달과 자립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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