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금융 과세 강화 방침을 정하면서 금융소비자의 세제 혜택이 축소될 전망이다.
정부가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종 세율은 기본안에서 후퇴했고, 상호금융권에 적용되던 비과세 특례도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지속적인 규제 강화로 대출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금융소득 세제 혜택은 축소돼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고 세율 후퇴…이자·배당소득세 부담 완화 ‘찔끔’
정부는 당초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 도입을 추진하며 최고 세율을 25% 수준으로 설정하려 했지만, 정치권 내 ‘부자감세’ 논란이 불거지며 35%로 상향 조정된 안이 유력해졌다.
표면적으로는 ‘부자감세’ 여론을 달래기 위한 세율 조정이지만, 동시에 세수 확보를 위한 포석이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과 추경에 따른 세수 결손을 세제 개편을 통해 메우려 하고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정안을 발의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종 세율 25% 적용 시 25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최종 세율을 상향 조정하면 세수 감소 폭은 줄일 수 있지만, 금융소비자들이 받게 되는 세제 혜택 폭은 준다.
예를 들어 연간 3억원의 금융소득이 있는 경우, 25% 세율 적용 시 세 부담은 7500만원이지만, 35% 적용 시 1억500만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투자 유인을 위한 법 제정 취지가 약해지는 구조다.
◇상호금융 비과세 특례 폐지 검토…세수 1조 이상 확보
정부는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조합원에게 적용되던 이자소득 비과세 특례도 폐지를 검토 중이다. 특례는 조합원에 한해 예탁금 3000만 원까지 15.4%의 이자소득세를 면제하고 1.4%의 지방소득세만 부과해 온 제도로 서민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1976년부터 시행돼 왔다.
정부는 올해 일몰 기간이 종료되는 특례를 연장하지 않고 저율 이자 또는 배당소득세를 부과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농어민 등 특정 직업군 등의 조합원 자산 증식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일반인의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조세 형평성 차원의 특례 폐지지만, 이 역시 세수 확보 목적이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상호금융 비과세 특례로 지난해 1조2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했다. 올해는 1조 3716억원 감소가 예상된다.
문제는 특례 폐지가 지방 거주자, 고령층, 농어민 등 금융취약 계층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상호금융은 조합원 예치금을 기반으로 대출을 공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비과세 혜택이 사라질 경우 대규모 자금 이탈로 인한 지역금융 위축까지 초래할 수 있다.
한 상호금융 관계자는 “상호금융 조합은 대부분 농촌이나 골목상권 등 시중은행의 손길이 덜 미치는 곳에 있으며, 조합원 대부분은 지방 거주자나 고령층으로 상대적 금융취약 계층”이라며 “비과세 혜택 폐지는 업권 위축은 물론 금융취약 계층 혜택 축소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대출 이자 부담 큰데 혜택까지 축소…균형 잡힌 세제 개편 필요
다만 대출 규제는 여전히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도입과 6·27 부동산 대책 등으로 대출 한도가 축소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중 대출금리는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금융소비자는 세제 혜택은 줄고, 대출 부담은 그대로인 ‘이중고’에 처한 셈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의 이자이익은 21조 원을 넘기며 전년 대비 증가했고, 순이익도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대출 총량 규제에 따라 금융사들이 가산금리를 높이면서 기준금리 인하 영향은 상쇄됐다.
정부는 세제 개편의 명분으로 조세 형평성과 세수 확보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산 형성을 위한 세제 유인과 실질적 혜택이 동시에 축소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정책의 정당성과 실효성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이 지적되는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스피 5000 등 정부의 증시 부양과 경기 활성화 의지가 강해 기대가 컸으나 최근 논의되는 세제 개편안은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다”며 “특히 일반 투자자들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등 과세를 염두하면서 근본 취지가 퇴색하는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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