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하와이 해안가에서는 손바닥만 한 흰 열매가 덜 익은 채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냄새는 익을수록 심해진다. 상한 치즈 냄새, 발효된 숙성 치즈, 썩은 파인애플의 냄새가 뒤섞인 듯한 향이다. 그 열매가 바로 ‘노니’다.
노니는 하와이, 타히티, 피지,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 남부 등 따뜻한 섬 지역에서 자란다. 대부분 해안가나 바위 지대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라는데, 건조하면서도 염분이 섞인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열매는 울퉁불퉁한 오이처럼 생겼고, 익으면 흰색 반투명 상태로 무르익는다. 생으로는 먹기 어렵다. 손에 쥐기만 해도 진한 냄새가 묻는다. 하지만 하와이, 폴리네시아 등지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기침, 피부질환, 소화장애, 고혈압 완화 등에 쓰여 이 열매를 즙 내서 마셨다.
한국에서는 2015년 전후로 ‘노니 주스’ 붐이 일었었다. 고가에 판매됐고, 맛이 너무 강해 소비자 이탈이 빨랐다. 하지만 지금도 일부 건강식품 매장과 온라인몰에서는 꾸준히 찾는 소비층이 있다.
항산화 물질 풍부한 ‘썩은 냄새 열매’
노니가 주목받는 건 특유의 생리활성 성분 때문이다. 대표 성분은 스코폴레틴, 이리도이드, 안트라퀴논, 제로닌, 비타민C, 칼륨 등으로 항산화, 항염, 면역 조절, 진통·해열 작용에 관련된 성분으로 분석된다.
이 중 ‘스코폴레틴’은 혈관을 확장하고 항염 작용을 할 수 있는 성분이다. ‘제로닌’은 세포 손상 복구와 관련된 효소를 조절하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한다.
노니에는 당분이 많지 않다. 대신 휘발성 유기산이 풍부해 발효에 적합하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노니를 햇빛에 말린 뒤, 유리병에 넣어 장시간 발효시킨다. 보통 3개월 이상, 길게는 1년 넘게 숙성한 액이 주로 판매된다. 침전물과 냄새를 그대로 남긴 원액형으로 파는 경우가 많다.
국내 유통 제품은 대부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에서 수입된 완제품이다. 분말로 가공한 제품도 많다. 하지만 냄새 때문에 캡슐로 만든 제품이 꾸준히 늘고 있다.
잎도, 뿌리도, 씨도 먹는다
노니는 단순히 열매뿐 아니라 식물 전체가 식용할 수 있다. 잎은 익히면 냄새가 줄어들어 나물처럼 먹기도 한다. 동남아에서는 잎을 찜 요리에 활용하거나 생잎으로 감싸서 튀김을 만든다.
줄기와 뿌리는 약재처럼 활용된다. 갈아서 바르면 피부병, 습진 완화에 썼다는 전통 기록이 있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어린이 기저귀 발진이나 벌레 물린 부위에 바르기도 했다. 씨앗은 소화가 잘 안되지만, 볶아서 으깨면 카카오닙스처럼 활용하는 방식도 소개된다. 고소하고 쌉싸름한 맛이 있어 요리용 향신료로 쓰이기도 한다.
다만, 생과 상태로 다량 섭취하면 설사,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안트라퀴논’ 계열은 대량 섭취하면 간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돼 있으므로 과다 섭취는 주의해야 한다.
노니를 처음 접한다면 원액보다 희석액을 먼저 마시는 것이 안전하다. 1회당 30ml 이하 섭취가 일반적이다. 공복보다는 식후에 마시는 것이 좋다.
노니는 어떻게 보관하고 먹어야 할까
노니는 익을수록 물러지고, 냄새가 강해지기 때문에 생과 상태에서는 유통이 어렵다. 대부분은 수확 직후 말리거나 발효 처리해 보관한다. 말린 노니는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수개월 이상 두고 사용할 수 있다. 밀폐 용기에 넣고 건조제를 함께 넣는 것이 좋다.
노니 원액이나 즙 형태 제품은 냉장 보관해야 한다. 개봉 전에는 실온 보관이 가능하지만, 개봉 후엔 반드시 냉장해야 하며 한 달 이내 섭취를 권장한다. 침전물이 생길 수 있으므로 마시기 전 잘 흔들어야 한다. 분말 제품은 습기를 피해 밀폐하고, 직사광선 없는 장소에 두는 것이 적합하다.
섭취할 때는 원액 그대로 마시기보다 물에 희석하는 것이 좋다. 보통 하루 1~2회, 1회당 30ml 이하가 권장량이다. 공복에 마시면 위에 자극이 갈 수 있으므로 식후에 섭취하는 편이 안전하다. 맛과 냄새에 적응이 어렵다면 파인애플주스, 사과즙 등과 섞어 마시는 방식도 추천된다.
노니는 잎과 씨앗도 활용할 수 있다. 잎은 찜 요리나 나물처럼 익혀서 먹는다. 씨는 볶아 먹거나 분쇄해 향신료처럼 쓰인다. 하지만 생과 상태로 다량 섭취할 때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어 양 조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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