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도시를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매일 반복되는 풍경, 겹겹이 쌓인 건물과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찾아가는 삶. 석촌호수 동호 끝자락, 유리벽 너머 햇살이 스며드는 더 갤러리 호수에서 열린 ‘도시예찬’ 전시는 내게 그 질문을 다시 던졌다.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도시’를 각기 다른 시선과 매체로 포착한 작품들을 통해 관람자에게 ‘우리가 사는 곳’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제목처럼 도시를 예찬한다기보다는 도시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에 더 가까웠다.
제1전시실 ‘풍경: 우리가 바라본 도시’에서는 익숙한 듯 낯선 장면들이 펼쳐졌다. 아스팔트 위 전광판, 고층 아파트의 리듬, 철거를 앞둔 동네의 공기. 화면 속 도시는 정지된 시간 속에서 소리 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작가들이 바라본 풍경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기억과 감정, 시간의 층위를 담고 있었다. 나는 이 공간에서 내가 거쳐 온 도시들을 떠올렸다. 낡은 골목의 빨간 벽돌, 비 오는 날 버스 창에 맺힌 물방울, 가로수 사이로 번지던 노을 같은 것들. 그것은 다정하고도 서늘한 어떤 추억이었다.
제2전시실 ‘도시인: 수집된 도시’에서는 도시 속 사람들의 삶이 드러난다. 익명의 군중 속에서 무심한 듯 포착된 일상의 단편들, 도시를 걸으며 수집된 오브제들과 텍스트, 재구성된 지도와 기록들. 작가 민재영의 드로잉, 정지현 작가의 영상은 특히 마음에 깊이 남았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 나와 같은 누군가의 삶이 그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도시는 그 자체로 예술적 재료이고, 우리는 모두 그 캔버스 위의 존재임을 실감했다.
관람 내내 ‘도시’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사람의 기억을 품고, 감정을 따라 변화하며, 때론 안식처가 되기도, 때론 생채기를 남기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관계 속에 ‘나’라는 존재가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한지 위에 아크릴로 나만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업을 해오는 나는 이 전시를 통해 도시를 단지 관찰하거나 해석하는 차원을 넘어,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감정과 기억을 어떻게 따뜻하게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스스로 물었다. 작가는 도시의 표정을 그리고, 관람자는 그 안에서 자신의 흔적을 본다. 그것이 이 전시가 가진 힘이다. 도시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도시를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전시. 그리고 그 감정이 결국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미세한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도시예찬’은 내게 말한다. “도시는 거대한 무대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의 삶 그 자체다.”
그 말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도 나는 이 도시에서 또 한 장의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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