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강 유역이 우기에 접어들면 물살은 거세지고 시야는 탁해진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몇몇 생물들은 비상한 방법을 택했다. 그중에는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생물도 있다. 몸 안에서 전기를 만들어 사냥하고 방어까지 해내는 이 물고기의 이름은 전기뱀장어다.
많은 이들이 '전기뱀장어'를 바닷물고기로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강과 늪에 서식하는 민물 생물이다. 브라질, 베네수엘라, 페루 등 아마존강 유역을 중심으로 분포하며, 최대 2미터까지 자란다. 외형은 뱀장어와 닮았지만, 계통상 전혀 다른 종이다. 전기뱀장어는 뱀장어목이 아닌 전기뱀장어목(Electrophorus)에 속하는 독립된 분류군이다. 피부는 매끄럽고 검푸른색을 띠며, 물속에서 유영하는 모습이 뱀과 유사해 붙은 이름이다.
몸속 전기기관으로 600볼트까지 방전
전기뱀장어가 ‘살아있는 배터리’라고 불리는 이유는 몸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는 전기기관 때문이다. 이 기관은 수천 개의 전기 세포(electrocyte)로 구성돼 있다. 전기 세포는 원래 근육세포가 변형된 것으로, 신경 자극을 받으면 일제히 전위차를 일으켜 전류를 발생시킨다.
전기뱀장어는 일상적인 탐지용 저전압 신호(10V 이하)부터 사냥이나 방어용 고전압 신호(최대 600V)까지 방전할 수 있다. 600V 전압은 일반 가정용 콘센트의 두 배가 넘는다. 전류량은 적지만 물속에선 충분히 생물을 마비시키기에 강력하다. 이 전기를 이용해 작은 물고기를 감전시켜 잡아먹거나, 맹금류나 카이만과 같은 천적이 접근할 때 강력한 전기를 쏘아대며 방어한다.
심지어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기뱀장어는 위협이 클 경우 몸을 구부려 방전 범위를 좁히고, 두 배 가까운 전압을 만들어내는 ‘직렬 방전’ 전략도 활용한다. 몸을 반으로 접어 마치 건전지를 직렬 연결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더 강한 전류를 집중시킨다. 이처럼 방전 능력은 단순한 생존 수단을 넘어 고도의 생체 무기다.
진화한 감각기관, 눈보다 전기가 먼저다
아마존강은 흙탕물이 심한 탓에 시야 확보가 어렵다. 전기뱀장어는 전기를 쏘며 미세한 전류를 물속에 흘려보낸 후 돌아오는 전기장의 변화로 주변의 물체 위치, 크기, 움직임을 감지한다. 말하자면 몸 자체가 '전기 레이더'인 셈이다.
이 능력을 통해 시야가 없는 밤에도 먹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접근할 수 있다. 일부 개체는 동료와의 의사소통에도 전기 신호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전기뱀장어가 의도적으로 전기 신호를 조절하며 개체 간 거리 유지나 번식기 짝 찾기에도 활용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전기뱀장어는 성체가 되면 포식자 없이 생태계 최상단에 자리한다. 감전 위험 때문에 육상 포식자도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다. 심지어 배고픈 재규어나 카이만조차도 쉽게 접근하지 않는 위협적인 생물이다.
현재 전기뱀장어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서식지 파괴와 불법 수출, 환경오염 등으로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 특히 애완용으로 불법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여러 국가에서는 수출입 규제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전기 생성 메커니즘
전기뱀장어의 전기 세포는 자연계에서 전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사용하는 구조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최근엔 이 구조를 모방한 생체 전지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화학약품이 필요 없는 생체 에너지 발전 시스템으로서의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과 독일, 미국 연구진은 전기뱀장어 전기 세포 구조를 기반으로, 인공 전기기관 모형을 만들어 생체 전지(bio-battery)로 활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미래에는 이런 기술이 의료기기나 웨어러블 센서, 환경 모니터링 장치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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