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순직해병 특검(이명헌 특검)이 'VIP 격노설'과 관련된 핵심 인사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채상병 순직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을 상당 부분 규명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29일)과 30일 조사에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이 각각 2년 만에 'VIP 격노설'을 인정했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이충면 전 외교 비서관 등이 진술한 것과 동일한 내용이다.
지난 2023년 7월 31일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 7명 중 5명이 '尹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특히 조 전 원장과 임 전 비서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시 화를 낸 뒤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과 통화하는 것을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이 전 장관이 이후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경찰이첩 보류 및 언론브리핑 중단을 지시하고, 임성근 전 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배제 한 것이 윤 전 대통령의 지시라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조태용 "尹, 격노 후 이종섭과 통화" 2년 만에 입장 바꿔
특검은 전날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약 17시간 동안 'VIP격노설'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한 해병대수사단의 순직 사건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 받은 후 '尹격노'를 했고, 임 전 사단장에 대한 혐의를 배제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으로부터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후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고 통화 후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전화해 △사건 이첩 보류 △임 전 사단장 직무 복귀 △국회·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이른바 'VIP 격노설'의 전체 흐름이다.
당시 회의에는 윤 전 대통령과 조 전 원장, 김용현 전 경호처장,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등 7명이 참석한 것으로 특검은 파악 중이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이충면 전 외교 비서관 등 당시 회의 참석자들을 잇따라 소환해 회의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런 가운데 조 전 원장도 이날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는 사실을 진술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8월 국회에 출석해 당시 회의에서 채상병 사건 관련 보고 자체가 없었고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는데 2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특히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당시 회의에서 화를 낸 뒤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하는 것을 봤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특검은 당시 다른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 보고 직후 화를 내며 조 전 실장·임 전 비서관을 빼고 나가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즉 윤 전 대통령 곁에 남은 것으로 지목된 조 전 실장이 "오전 11시 54분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하는 것을 봤다"고 인정한 것이다.
임기훈 "尹, 화내며 이종섭 질책"
특검은 이날(30일)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날 임 전 비서관도 'VIP 격노설'을 인정했다.
나아가 윤 전 대통령이 회의실 전화기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해 "이렇게 다 처벌하는 게 말이 되냐, 내가 얘기하지 않았냐"고 호통을 치며 크게 질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 전 비서관 역시 그간 국회와 법정에서 "대통령 주재 회의 내용은 안보 사안"이라며 진술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2년 만에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질책한 사실을 밝힌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채상병 사건 경찰 이첩 보류 지시는 자신의 판단이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조 전 원장과 임 전 비서관의 증언에 따르면 이첩 보류나 임 전 사단장의 혐의를 제외한 것은 사실상 윤 전 대통령의 지시라고 볼 수 있다.
국방부는 장관의 이첩보류 지시 이후 재검토를 거쳐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하고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판단해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한편, 임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이 전 장관, 김 전 사령관에게 알렸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던 지난 2023년 7월 31일 수석비서관회의 종료 이후인 오후 12시 46분쯤 박 전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4분 가까이 통화했다. 이후 박 전 보좌관 30여분 지나 임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4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또 임 전 비서관은 같은 날 오후 2시 56분쯤 이 전 장관 개인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걸어 10분 넘게 대화를 나눴다. 이후 임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5시 김 전 사령관과 3분가량 통화하기도 했다.
尹부부 비화폰 조사…구명로비 의혹 규명
해병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사용한 비화폰 통신기록을 확보해 수사외압 의혹과 구명로비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민영 순직해병특검 특별검사보는 30일 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 국방부 및 군 관계자들이 사용한 비화폰 통신 기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면서 "윤 전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국통사)와 대통령경호처로부터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순직사건 발생 이후 수사 결과에 외압이 있었다고 의심되는 기간 동안 주요 관계자들의 비화폰 통신기록을 분석해 수사할 예정"이라며 "임의제출 방식으로 통신기록을 받고, 절차는 이번 주 중 끝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건희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라는 질문에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본인에게 지급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간 민간인 신분인 김건희씨가 비화폰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은 있으나 특검이 수사 과정에서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특검팀은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사단장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앞서 윤 전 대통령과 임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는데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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