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강남서 할 걸" 생애 최고 경사에 찬물 끼얹는 '나쁜 돈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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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강남서 할 걸" 생애 최고 경사에 찬물 끼얹는 '나쁜 돈벌이'

르데스크 2025-07-30 19:07: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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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저렴할 줄 알았는데 견적서 보고 말문이 막혔어요. 강남보다 비쌌어요."

 

최근 지방에 위치한 웨딩 관련 업체를 둘러싼 폭리 논란이 일고 있다. 상대적으로 서울·수도권에 비해 저렴하다는 고정관념을 역으로 이용해 오히려 더욱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 거주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은 "소비자 기만이 다름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럴 거면 강남에서 할 걸" 지방 웨딩업체 폭리에 지방 신혼부부들 분통

 

오는 9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이성우 씨(32·남)는 근무지인 창원 지역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다 깜짝 놀랐다. 처음 상담 받을 때 안내 받았던 비용 보다 무려 100만원이 비쌌기 때문이다. 이 씨는 "처음에 견적을 받을 때 약 200만원 가량의 금액이 산정됐는데 막상 가서 보니 사진 촬영과 보정, 드레스 피팅, 업체 도우미 식대 등 모든 부분에서 추가금이 대거 발생했다"며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업체를 알아볼 여유가 없어 결국 3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고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최근 지방 웨딩플래너 업체들이 제공하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줄임말) 패키지 상품 판매 과정에서 추가 옵션을 유도하는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품을 기본사항과 선택사항으로 나눠 판매하는 과정에서 기본 상품을 깎아내리거나 처음부터 질을 낮춰 판매해 어쩔 수 없이 선택사항을 추가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선택사항의 종류만 수십·수백 가지에 달하다 보니 하나하나 추가하다보면 처음 예상한 비용과 상당한 차이가 나게 된다. 

 

▲ 결혼식을 앞두고 사진 촬영 중인 한 신혼부부의 모습.(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올해 12월 고향인 부산에서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직장인 김성재 씨(30·남)는 "처음에 드레스 상담을 할 때는 제일 저렴한 드레스로 소개를 해주지만 막상 피팅룸에 가게 되면 추가 비용을 내지 않으면 품질이 떨어진다고 말하며 '고급 옵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며 "피팅 과정에서도 실크 소재 드레스 착용은 5만원, 비즈가 많이 달린 드레스 착용은 7만원 등 단순히 착용만 하는데도 비용을 요구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스튜디오에서도 사진 촬영 후 원본파일을 받으려면 수십만원의 돈을 내야 한다"며 ""사진 보정 역시 10~20장으로 제한하고 추가 보정은 장 수에 따라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까지 추가비용을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옷을 빌려주면서 입어보는 비용을 받고 돈 주고 사진을 찍었는데 파일을 받으려면 별도로 돈을 내라는 것은 횡포나 다름 없다고 본다"며 "선택을 빙자한 강요에 가까운 필수 비용들이 너무 많았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과 서울·수도권의 가격 역전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물가 높기로 유명한 서울 강남 보다 지방이 비싼 모습이다. 29일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14개 지역 결혼 서비스 업체 515개사를 대상으로 스드메 패키지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국 스드메 패키지의 중간가격은 292만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광주(346만원) 지역의 스드메 비용이 가장 높았고 이어 전라(343만원) ▲부산(334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서울 강남과 강남 외 지역은 각각 300만원, 264만원 등이었다.  

 

▲ 부산의 한 웨딩 스튜디오 전경.(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르데스크

 

상대적으로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지방의 맞벌이 예비부부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반 상식을 역이용한 기만적 행위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박현지 씨(28·여)는 "맞벌이라 시간도 없고 정보도 부족하다는 것을 업체가 아는 듯이 계속 고가 옵션을 권유하니 도망칠 틈이 없었다"며 "상담 받을 때마다 '이건 대부분 추가하세요' '이 정도는 요즘 다들 하세요'라는 말에 휩쓸려 결국 선택 아닌 강제로 결제를 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지방 소비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작 해당 업체들의 상황은 날로 좋아지는 추세다. 국세청에 따르면 스튜디오 업종과 드레스 업종의 법인 및 개인사업자의 총 수입 금액은 2019년 1170억원에서 2023년 3147억원으로 최근 5년 새 3배 가량 급증했다. 업종별로는 스튜디오 업종이 2019년 559억원에서 2023년 1172억원으로, 드레스 업종이 611억원에서 1975억원으로 각각 수입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웨딩업계의 불투명한 가격 구조와 소비 심리를 악용한 과도한 수익 추구에 대해 제도적 감시와 투명한 정보 제공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여성가족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 합동으로 5가지의 스드메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특히 핵심 과제로 제시됐던 '스드메 가격 자율 공개' 방안은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내지 못한 탁상행정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웨딩업체 수가 적어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지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지역 내 일부 업체들이 사실상 독점 구조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맞벌이 등으로 바쁜 예비부부의 경우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비교할 여유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특정 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결혼 준비 비용은 생애주기에서 큰 지출인 만큼 표준 계약서 도입과 선택 항목별 상세 견적 공개 의무화 등 실질적인 정보 제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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