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인천공항에서 20대 여성의 치마 속 허벅지에 숨겨진 채 발견된 50cm 크기 동물의 정체가 세계 최대 도마뱀인 코모도왕도마뱀으로 밝혀졌다. 국내에서 이 멸종위기종의 밀반입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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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 심사대에서 긴 치마를 착용한 20대 여성 승객이 세관 검색대를 통과하던 중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세관원들이 여성의 허벅지 부근에서 헝겊에 싸인 채 숨겨진 희귀 파충류를 발견한 것이다.
발견된 동물은 '지구상 마지막 공룡'이라 불리는 코모도왕도마뱀 새끼였다. 몸길이 50cm에 달하는 이 개체는 CITES(멸종위기 야생동식물 국제거래협약) 부속서 1급으로 분류된 최고 등급의 보호종이다.
지난해 5월 인천공항을 통해 불법 반입된 코모도왕도마뱀 / 인천공항세관 제공
수사 결과 이번 밀반입 사건의 배후에는 20대 남성 A 씨가 있었다. A 씨는 직접 운반할 경우 적발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여자친구를 운반책으로 이용했다. 그는 코모도왕도마뱀 새끼를 천에 감싼 뒤 여자친구의 치마 안쪽 허벅지에 고정시켜 세관 검색을 피하려 했다.
A 씨 일당의 범죄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인천공항본부세관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7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약 2년간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총 1865마리의 희귀 외래생물을 국내로 몰래 반입했다.
밀반입 수법도 다양했다. 컵라면 용기, 담뱃갑, 속옷 등 일상용품을 활용해 동물들을 숨겼으며, 세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지인들에게 무료 해외여행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운반을 맡겼다.
A 씨 일당이 국내로 밀수하다 적발된 코모도왕도마뱀 / 인천공항세관 제공
추재용 인천공항본부세관 조사총괄과 팀장은 머니투데이에 "주범의 통장 거래 내역을 확인해 봤더니 2년간 벌어들인 범죄수익이 10억 원이 넘었다"며 "이들은 세관검사를 피하기 위해 공짜 해외여행을 미끼로 지인들을 운반책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A 씨 일당은 동남아 불법 시장에서 개체당 약 1000만 원에 구입한 코모도왕도마뱀을 국내 지방 아쿠아리움 등에 5억~10억 원에 판매할 계획이었다. 이는 현지 가격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들은 허위 CITES 서류까지 제작해 다른 희귀 파충류들도 지속적으로 밀반입하려다 적발됐다. 세관 당국은 A 씨를 포함한 14명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지난해 11월 검찰에 송치했다.
'지구의 마지막 공룡'이라고도 불리는 코모도왕도마뱀은 현존하는 가장 큰 도마뱀으로 성체가 되면 평균 3m, 최대 150~165kg까지 자란다. 인도네시아 코모도섬과 플로레스섬 등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서식하며, 전 세계 개체수가 5000마리에도 미치지 못해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위기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파충류는 강력한 포식자로 사슴, 멧돼지, 물소 등 대형 포유류를 사냥한다. 특히 이빨 표면이 철분으로 코팅돼 있어 먹이를 쉽게 찢을 수 있으며, 9.5km 떨어진 거리에서도 후각으로 먹잇감을 감지할 수 있다.
코모도왕도마뱀은 연구나 보전 목적을 제외하고는 국제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으며, 한국에 정식 수입된 사례는 전무하다.
코모도왕도마뱀 / 인천공항세관 제공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압수한 외래 동물 중 살아있는 개체는 국립생태원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국제적 멸종위기종 등 외래 동물을 밀수하는 행위는 국내 생태계를 교란하고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인 만큼 앞으로도 불법 반입을 적극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팀장은 "밀수 수법이 복잡해질수록 세관 단속 체계도 한층 정밀하게 정비하고 있다"며 "불법 이득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와 기술을 모두 활용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희귀 동물 밀수는 대부분 고도의 은닉 기법과 반복 범죄로 이어지며, 20~30대 젊은층이 쉬운 돈벌이로 인식해 지속적으로 가담하고 있어 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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